미국 국무부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무슨 증거를 들이댔기에 북한 외무성 강석주 제1부상이 핵개발을 시인한 것일까.또 우리 정부는 사전에 그 증거를 미측으로부터 전달을 받았을까,받았다면 그 시기는 언제였을까.미 국무부가 17일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진행시켜왔음을 시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 얼른 뇌리를 스치고 간 의문들이다.
핵개발을 시인한 강석주 제1부상이라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조성된 1994년 한반도 핵위기 당시 미 국무부 갈루치 핵대사의 협상파트너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핵문제를 가지고 고 김일성 주석의 지휘아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온 북 외무성의 실세다.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만찬장에서 만나 인사를 했더니 “반갑다.”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며 손을 내밀던 그에게서 숙련된 외교관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그런 그가 대미(對美) 협상창구인 김계관 부상이 첫날 부인한 것을 뒤엎었으니,딱 떨어진 증거가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의혹들이외신을 타고 흘러나온 것은 지난 1998년 이후이다.모두 추측과 분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다 느닷없이 지난달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아무리 그가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라고 하더라도 아무 근거도 없이 불쑥 제기할 사소한 문제가 아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게 사실이다.어제 럼즈펠드 장관은 또다시 정보파트의 평가라면서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거의 확신에 찬 그의 발언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이러한 정보에 관해 한·미간 공조가 공식적으로 이뤄진 흔적은 없어 보인다.무엇보다 켈리 차관보가 강석주 제1부상에게 들이댄 증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징후조차도 포착되지 않는다.외교가에는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후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파키스탄이 몇해전 우라늄 농축기술 학자의 입북 사실을 확인해줬다느니,또 U2기 및 인공위성을 통해 입수한 핵시설 영상정보를 확보했다느니,북한의 한 무역회사가 1999년 우라늄 농축 기술장비인 가스원심분리기 부속품을 일본회사에 주문했다가 미국에 들통이 난 것이라느니,갖가지 설들이 난무하나 모두 추측일 뿐이다.또 미국은 한달 가까이 보안유지에만 신경을 썼을 뿐,북한과 회담 결과를 우리측에 정확하게 설명한 것 같지도 않다.켈리 차관보가 먼저 중국을 거쳐 오늘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한·미 두나라는 철저한 공조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멕시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중인 오는 26일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공조의 기초는 현실 인식의 일치이다.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믿음이 없으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책임있는 자리의 고위 당국자가 “미국이 농축 우라늄과 관련된 증거를 들이대니까,북한이 시인한 것으로 우리는알고 있다.”는 수준의 정보 공조가 되어서는 인식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우리사회 일각의 반미 흐름도 미국의 이러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정보 수집 경로가 알려질까봐 수집한 증거를 모두 다 공개하지 않고 조금씩 내놓아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협상전략의 기초임을 익히 알고 있다.그렇더라도 한·미 두나라는 기본적인 정보에서 정확한 사실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핵개발을 시인한 강석주 제1부상이라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조성된 1994년 한반도 핵위기 당시 미 국무부 갈루치 핵대사의 협상파트너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핵문제를 가지고 고 김일성 주석의 지휘아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온 북 외무성의 실세다.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만찬장에서 만나 인사를 했더니 “반갑다.”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며 손을 내밀던 그에게서 숙련된 외교관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그런 그가 대미(對美) 협상창구인 김계관 부상이 첫날 부인한 것을 뒤엎었으니,딱 떨어진 증거가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의혹들이외신을 타고 흘러나온 것은 지난 1998년 이후이다.모두 추측과 분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다 느닷없이 지난달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아무리 그가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라고 하더라도 아무 근거도 없이 불쑥 제기할 사소한 문제가 아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게 사실이다.어제 럼즈펠드 장관은 또다시 정보파트의 평가라면서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거의 확신에 찬 그의 발언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이러한 정보에 관해 한·미간 공조가 공식적으로 이뤄진 흔적은 없어 보인다.무엇보다 켈리 차관보가 강석주 제1부상에게 들이댄 증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징후조차도 포착되지 않는다.외교가에는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후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파키스탄이 몇해전 우라늄 농축기술 학자의 입북 사실을 확인해줬다느니,또 U2기 및 인공위성을 통해 입수한 핵시설 영상정보를 확보했다느니,북한의 한 무역회사가 1999년 우라늄 농축 기술장비인 가스원심분리기 부속품을 일본회사에 주문했다가 미국에 들통이 난 것이라느니,갖가지 설들이 난무하나 모두 추측일 뿐이다.또 미국은 한달 가까이 보안유지에만 신경을 썼을 뿐,북한과 회담 결과를 우리측에 정확하게 설명한 것 같지도 않다.켈리 차관보가 먼저 중국을 거쳐 오늘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한·미 두나라는 철저한 공조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멕시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중인 오는 26일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공조의 기초는 현실 인식의 일치이다.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믿음이 없으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책임있는 자리의 고위 당국자가 “미국이 농축 우라늄과 관련된 증거를 들이대니까,북한이 시인한 것으로 우리는알고 있다.”는 수준의 정보 공조가 되어서는 인식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우리사회 일각의 반미 흐름도 미국의 이러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정보 수집 경로가 알려질까봐 수집한 증거를 모두 다 공개하지 않고 조금씩 내놓아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협상전략의 기초임을 익히 알고 있다.그렇더라도 한·미 두나라는 기본적인 정보에서 정확한 사실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2002-10-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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