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세대/ 싱글族이 늘고 있다

W세대/ 싱글族이 늘고 있다

문소영 기자 기자
입력 2002-10-10 00:00
수정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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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 초년생들 사이에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싱글족’이 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대학시절 집 떠나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나 지방으로 전출을 떠나 어쩔 수 없이 자취생활을 하는 직장인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하지만 싱글족은 스스로 원해서 집을 나온 젊은이이고,혼자 사는 삶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 자취생과 다르다.

19∼20세에 대학에 입학해 갑작스레 가족과 떨어져 자취생활을 해야 하는 지방출신 대학생을 떠올리면 외모는 후줄근하기 십상이고,규칙적이지 않은 생활태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유가 주어졌지만,외로움을 감당하고 생활에 탄력을 주는 등의 자기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싱글족’에게는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혼자 사는 데에도 프로정신이 따로 있다고나 할까.

직장생활 3년 만에 독립을 선언한 김선예(27·서울 마포동)씨는 압구정동집에서 최근 나왔다.

아침을 챙겨주는 엄마의 편안함보다 저녁 귀가시간을 엄격하게 챙기는 아버지의 간섭이 더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자취하는 친구나 후배들이 너무 부러웠어요.전 오후 10시면 세미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에 들어가야 했거든요.이번에 독립하겠다고 할 때 아버지가 무척 반대하셨어요.하지만 제가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통장을 보여드리자,‘너를 믿는다.’며 허락해 주셨죠.내 멋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신 거죠.”

김씨처럼 싱글족은 독립심이 강한 만큼 그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는 만큼 철저하게 자기노력을 한다.

즉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보다 더욱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고 철저하게 규칙적인 생활로 혼자 사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또래에 비해 자립적이고 진취적인 면모를 갖춘 사람이 많으며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김성천(29·서울 동교동)씨도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 6월 싱글족이 됐다.부모와 살던 집은 서울 목동.회사가 있는 여의도까지는 통근시간이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그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파 2년동안 알뜰히 적금을 든 끝에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김씨는,빨래는 일주일에 두번,청소는 매주 토요일 오전,일주일에 세번은 헬스클럽에서 몸매 만들기를 하는 등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잘 지키고 있다.오히려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건강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집에 있으면 편안한 집안 분위기 탓인지 흐트러진 생활을 하기 쉽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겨 더욱 꼼꼼해져요.혼자 살면 방탕해진다는 것은 사람 나름이지요.” 김씨의 자신만만한 답변이다.

그는 이어 “집에 있으면 돈을 모으기 쉬울지는 몰라도 이렇게 온전히 혼자 살면서 얻는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또 다른 예찬론을 폈다.

서울 명일동에 사는 성모(25·여)씨는 목동에 있는 회사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독립을 했다.1남3녀로 형제가 많은 편인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혼자만의 생활을 꿈꿔 왔다.

졸업과 함께 취직을 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자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에서 나왔다.

“내가 무엇을 하든 간에 참견하는 사람이없어서 편해요.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춰도 말리는 사람은 물론 없구요.”

성씨도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시간표를 짜서 생활한다.퇴근해 곧바로 집에 가면 도착시간은 보통 오후 7시30분쯤.자신만을 위한 저녁을 만들어 먹은 뒤 뉴스를 보면서 집안을 치운다.오후 10시부터는 일본어를 공부하고 밤 12시30분쯤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가끔 친구들을 불러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누구도 재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철칙.

성씨는 그러나 “지난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이틀 동안 추운 방에서 잤다.아침에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주전자에 물을 데워서 세수하는데 눈물이 나더라.”면서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생활의 어려운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욱태(26·경기도 이천)씨는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자 지방 발령을 자청한 경우.대학 재학중인 지난 98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 1년 동안 생활하면서 그는 혼자 사는 삶의 재미를 깨달았다고 한다.제 취향대로 방을 꾸미고,자신만의 스케줄을 관리하다 보니 경험하지 못한 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는 것.

또 가족과 함께 살 때는 전혀 할 줄 모르던 잡다한 집안일을 하면서는 성취감도 느꼈다.

“예전에는 밥을 지은 지 여섯 시간만 지나도 먹지 못할 정도로 입맛이 까다로웠어요.요즘에요? 이틀 정도 된 밥도 김치 넣고 볶아서 맛있게 먹지요.”라며 싱긋 웃는다.

그는 “아플 때는 조금 서럽지만 혼자 살다 보니 가정주부들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면서 이 정도면 결혼해서도 자상한 남편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소영·이송하기자 symun@

■‘싱글족' 왜 증가할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총가구의 15.5%에 이른다.이는 지난 95년에 견줘 34.5% 정도 늘어난 수치.최근 1인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또 이 가운데 미혼인의 1인 가구는 43.5%를 차지했다.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미혼인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통념이 아직도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데도 이처럼 미혼 남녀의 단독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큰 원인으로는 평균 결혼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10년 전만 해도 여성이 28∼29세만 되면 노처녀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26∼27세에 결혼하면 오히려 너무 이르지 않으냐는 소리를 듣는다.

남자도 마찬가지.군대를 다녀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반을 잡다 보면 30대에 들어서기는 순식간이다.비록 20대 중·후반에 경제적으로 독립하더라도 결혼하기는 쉽지 않아 싱글족이 자연히 늘어난다는 것.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예전에는 남자가 지방으로 직장 발령이 나면 결혼부터 했지만 요즘에는 남자가 밥하고 빨래하는 것이 흉이 되지 않아 무턱대고 결혼하는 사람은 줄었다.”면서 “독신생활의 즐거움에 빠져 결혼을 아예 미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풀이했다.

서양식 생활방식이 도입되면서 부모세대에서 독립을 은근히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19세가 넘으면 당연히 부모 곁을 떠난다.대학생일지라도 일부 젊은이는 생활비를 조금 보조 받지만,아르바이트 등으로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 학교를 마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들 둘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한 주부는 “지난 학기부터 아들이 생활비는 보내지 말라고 했다.”면서 “미국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20세가 넘도록 부모에게 기대는 생활에 대해 부끄럽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이런 경향에 대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양에서는 가족 위주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재조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서 “그러나 혼자 사는 서양의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2002-10-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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