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富에 대한 부끄러움

[굄돌] 富에 대한 부끄러움

김선우 기자 기자
입력 2002-09-14 00:00
수정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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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세상이 삭막해진다 싶다가도 때로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미담들을 만나면 다시금 희망을 꿈꾸게 된다.루사 이후 피폐해진 마을마다 모아지고 있는 정성의 손길을 볼 때 그렇고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이들을 볼 때 또한 그렇다.삶의 가치기준이 더 많은 물질의 추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에서도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아니,나만큼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수해복구 지역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는 ‘보통 사람’의 힘을 절감한다.전국에서 수해 지역으로 달려와 준 평범한 보통 사람들 속에는 노점상과 노숙자와 재소자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은 웃었다.이들의 말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밝은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사회의 가장 큰 맹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전체 인구의 극소수가 나라 전체 부의 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대개 60,7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행적으로 쌓여진 그 부는 단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축적된 것은 아니다.평균 이상의 부를 갖게 되기 위해서는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다른 이들의 고통과 희생을 필요로 한다.거기에는 열악한 급여와 근무조건 속에서 일해야 했던 여공들의 희생이 있었고 산업 현장에서 가혹하게 일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피땀이 있었다.

인디언들의 십계명에는 “부족 중에 궁핍한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엄청난 부를 소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천하에 불명예스러운 죄이다”라는 구절이 있다.이 계명은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부가 도덕이라는 이름과 얼마나 멀리 있는가를 말해준다.보통사람들의 기부문화와 봉사활동이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사회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재벌들의 기부문화는 일천하기 짝이 없다.

시혜성이거나 선심성 기부,과시용이거나 마지못한 준조세성 기부의 형태가 대부분이다.과도한 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경제정의는 저절로 실현될 지도 모른다.

김선우 시인
2002-09-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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