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지구정상회의 한국은 뭐했나

참관기/ 지구정상회의 한국은 뭐했나

석광훈 기자 기자
입력 2002-09-10 00:00
수정 200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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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은 회의였다.지난 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가 선언한 지구온난화 저감,생물종 다양성의 보존,사막화 방지,해로운 화학물질의 무역규제 등 지구적 환경문제를 개선하려는 실천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빈민 위생 문제의 개선,어족자원복구 등 극소수 사안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으로 타결됐을 뿐 리우 선언의 대부분은 또 다른 선언으로 대체됐다.

한국 비정부기구(NGO)들이 숙소에서 회의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는 긴 담벽에 고압선까지 쳐진 호화주택들이 즐비했으나,왼쪽에는 양철로 만든 성냥갑 같은 집들이 빼곡하게 슬럼을 이루고 있었다.과거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은 대다수 백인들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토지(87%)와 에너지를,300만 가구가 넘는 흑인들에게는 아직도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은 슬럼가를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토지개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 짐바브웨 역시 흑백간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많은 참가국 NGO들이 주최측의 준비 부족과 교통,치안문제 등으로어려움을 겪으면서 “왜 이런 곳에서 회의를 열어야 했나.”라는 불만을 토로했다.그러나 요하네스버그의 거리는 세계의 빈부격차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또 회의에 참석한 선진국들은 토지개혁을 시도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실책을 따지기만 할 뿐 식민지시대의 책임은 외면했다.

그동안 교토의정서 탈퇴,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 협상들에 대한 거부 등으로 지탄받았던 미국의 위상 하락은 회의 폐막연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미국대표단은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원조하려다 거부당한 것에 불만을 털어놓고,자국은 환경정책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항변하다 망신과 봉변을 당했다.

교토의정서의 경우에도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미국의 유일한 동조자였던 호주마저 따로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은 완전히 따돌림을 받았다.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유럽연합과 멕시코,노르웨이등 30개국이 교토의정서의 연장선상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비중을 높이기위한 시한과 목표를 선언했다.

회의 기간중 각국 정부대표단을 모니터한 외국 NGO들로부터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석유수입 4위,에너지소비 9위인 한국은 더 이상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하지만 한국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그늘에 숨어,미국이 환경실천협약을 깨면 부수 이익이나 적당히 챙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이번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미국이 깨버린 협약들을 복구하려 안간힘을 쏟았지만,한국은 도대체 세계의 이웃과 후손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석광훈 (녹색연합 부장)
2002-09-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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