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만으로 투기 못 잡는다

[사설] 규제만으로 투기 못 잡는다

입력 2002-09-05 00:00
수정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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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9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도 안돼 어제 다시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그러나 원인 진단과 문제 해결의 방식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우리는 투기를 부르는 근본 원인을 방치한 채 드러난 투기행위만 규제하는 대책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다고 본다.

우선 신축주택(아파트 분양)을 사면 1가구 1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5년간 양도소득세를 안 물리는 제도를 투기위험 지역에 대해 종료하기로 한 것은 너무 늦은 조치다.우리는 진작부터 이 제도의 조기 종료를 주장해왔다.지난 2001년에 주택경기 부양책으로 도입한 정책을 주택경기가 과열돼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점에까지 끌고온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둘째 양도·재산·종합토지세 등 부동산에 대한 각종 세금을 무겁게 물리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부유층의 불로소득에 중과세하는 것은 조세 형평의 차원에서 필요하다.그러나 세제는 경직성 때문에 투기억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서는 금융정책에 비해 유효성이 떨어진다.아무리 세금을 무겁게 물려도 가격에 전가하면 그만이다.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중과세는 중장기대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당장의 투기를 억제하는 단기 대책으로는 부적절하다.

우리는 부도덕하고 극성스러운 몇몇 투기꾼들만 묶어놓으면 투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이보다는 시중 자금과 주택의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지난 4년간(1998∼2001년) 외국과의 교역에서 모두 850억달러(약 100조원) 흑자를 올렸다.이돈을 기업과 개인들이 잉여자금(단기금융자산)의 형태로 갖고 있다.이를 생산자금으로 유도하지 못한 결과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우리는 시중에 떠도는 막대한 잉여자금을 중장기 산업자금으로 유도하는 것이 투기억제의 관건이라고 판단한다.지난 86∼88년에 무역흑자를 통해 조성된 350억달러의 잉여자금을 생산자금화하지 못해 90∼91년에 전국이 투기열풍에 시달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2002-09-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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