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카페의 역사/예술의 산실, 민주주의 살롱

책/카페의 역사/예술의 산실, 민주주의 살롱

입력 2002-08-23 00:00
수정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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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스트레스에서 한 발 떨어진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카페일 것이다.그래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카페를 ‘행복이 있는 만남의 광장’이라 했다.역동적인 삶이 살아 숨쉬는 카페는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의 장이자 창작의 산실이었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망 거리의 ‘레 되 마고’에서 카뮈는 ‘이방인’을 비롯한 그의 역작을 완성해갔고,철학카페 ‘카페 드 플로르’는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서재였다.피카소,헤밍웨이 또한 몽파르나스에 있는 카페의 단골손님이었다.

크리스토프 르페뷔르의 ‘카페의 역사’(강주헌 옮김,효형출판 펴냄)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삶과 예술이 싹트고 무르익었던 프랑스 카페의 역사를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낸다.

카페는 17세기 말 파리에 처음 등장한 이래 프랑스 역사와 문화의 일부가 됐다.대중의 사랑을 받은 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소박하게 꾸민 까닭에 ‘만쟁그(mannezingue,선술집)’‘아소무아르(assommoir,목로주점)’등으로 불렸다.가장 흔한 이름은 비스트로였다.‘예배당’이라 불린 적도 있었다.20세기 초 주로 시골에서 사람들이 교회를 멀리하고 아침부터 카페로 달려가 술잔을 기울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카페가 단순히 목을 축이는,주흥의 장소만은 아니었다.그보다는 예술가들의 안식처,‘민주주의의 살롱’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여러 문학작품에 묘사된 카페의 모습을 인용,카페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읽게 하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택한다.“팡 가에 엉뚱하게도 카페라고 불린 카바레가 있었다.그 카페에는 오늘날의 역사를 만든 뒷방이 있었다.…1792년 10월23일 산악파와 지롱드파가 유명한 결연을 맺은 곳도 바로 이카페였다.”(빅토르 위고 ‘1793년’) 발자크가 일찍이 카페를 ‘민중의 의회’라 불렀듯이,18세기 말 카페와 정치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프랑스대혁명을 촉발한 바스티유 감옥 습격도 카페에서 비롯됐고,사회주의 운동가장 조레스가 암살된 곳도 바로 카페였다.

카페는 19세기까지 알코올 중독,도박,매춘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몸살을 앓기도 했다.온갖 위험이 도사린 곳이었다.화가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품 ‘밤의 카페’에 관해 이렇게 썼다.“나는 카페를 사람들이 파멸해가는 곳,범죄를 저지르는 곳으로 묘사하고 싶었다.지옥불처럼 뜨거운 열기가 지배하는 곳,옅은 유황빛이 감도는 음울한 선술집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악마’라는 비난도 면치 못했지만 카페는 지금도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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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기자 jmkim@
2002-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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