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원 발언 파문/ 한나라 “”정치공작 물증””, 민주당 “”병풍 본질훼손””

이해찬의원 발언 파문/ 한나라 “”정치공작 물증””, 민주당 “”병풍 본질훼손””

입력 2002-08-22 00:00
수정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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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이해찬(李海瓚)의원의 ‘병역비리 쟁점화 요청’ 발언이 ‘민주당과 일부 정치검사의 결탁’ 의혹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당분간 병역공방의 주도권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것은 물론 자칫 병역비리 수사마저 흐지부지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왜 이런 발언을 했나= 이 의원은 이날 낮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가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다가 ‘실언’(失言)을 한 것으로 보인다.친노(親盧) 계열인 이 의원은 민주당의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과의 신당 추진이 불발에 그친 뒤 당무회의 분위기가 침통하자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문제의 발언에 앞서 “9월 말이면 수사가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텐데 한나라당이 실수했다.검찰이 굉장히 수사하고 싶어 하더라.”면서 그 근거로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중에 해명하는 자리에서도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회창 낙마설’이 나오는데 특수부 수사가 마무리되면 낙마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설명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즉 병풍 수사가 오래 전부터 계획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다가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국 파장=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에 대해 점차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가 ‘돌출 악재’를 만난 셈이다.특히 최근 당의 운명을 걸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에 이어 신당의 정체성 논란마저 제기되는 마당에 국민의 신뢰감을 잃어버려 신당 추진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민주당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면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반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나날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가 ‘민주당 정치공작’의 물증으로 민주당에 대한 역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저녁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마자 논평을 내고 “소위 병풍이 치밀하게 준비된 정치공작이었음이 동교동계 핵심인 이 의원의 발언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포문을 열었다.대구를 방문중인 이회창 후보도 이번 사태를 보고받은 뒤 “다 그런 것이다.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며 병풍수사에 모종의 공작이 개재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경운기자 kkwoon@

■이해찬의원 발언 全文

서울지검 박영관 부장이 올해 3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 수사를 결심했다고 하더라.당시 김길부 전 병무청장을 다른 건으로 조사하기 위해 불렀는데,김 전 청장이 지레짐작으로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조사하는것으로 알고,그와 관련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사팀은 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를 압수해 살펴봤고,그 결과 병적기록표가 엉망이어서 수사를 결심했다고 한다.그런데 인지수사를 하기는 곤란해서 나에게 대정부질문 같은 데서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그러더라.그쪽에서 세 가지 정황을 갖고 왔는데 그중 하나가 팩트(사실)와 맞지 않아 대정부질문에서 (병역문제는) 한 줄 걸치고 넘어갔다.

세 가지 정황은이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엉망이고,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으며,이 후보 사위인 최명석 변호사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을 면회하고 간 뒤 김 전 청장이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그러나 확인해 보니 앞의 두 가지는 맞는데 세 번째는 팩트가 틀리더라.구치소 접견기록을 확인해 보니 최명석 변호사가 아니라 ‘최명○’인지 이름 끝자가 달랐다.그래서 “다른 변호사더라.”고 했더니 그쪽에서 다시 확인해 보고 “그러네요.”라고 했다.

■이해찬의원 해명

지난 3월 대정부질문 준비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와 관련해 한 사람을 만났다.그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에 관한 진술을 확보한 것 같다.”며 “질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박영관 부장검사로부터 (대정부질문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거나 통화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나는 박영관 부장검사와 일면식도 없고,전화 통화조차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최근 신문을 통해 특수부장이 박영관이라는 사실을 알고,그 당시에도 박영관이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겠느냐고 (기자들에게) 말했을 뿐이다.

더욱이 검찰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고 100% 신뢰했다면,왜 바로 질의하지 않았겠느냐.그리고 나에게 정보를 준 사람은 검찰이나 군 관계자도 아니고,현직 공무원도 아니다.
2002-08-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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