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달릿신학자 제임스 마시 “관용은 세계 변혁 이끌 큰 힘”

印 달릿신학자 제임스 마시 “관용은 세계 변혁 이끌 큰 힘”

입력 2002-08-17 00:00
수정 2002-08-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종교를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묻는 광의의 개념에서 들여다볼 때,종교가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관용이라고 생각합니다.종교적인 관용을 통해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인간존재로 각성하면 세계를 변혁하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민중신학회가 인도 달릿신학회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의 일정으로 서울 중구 장충동 분도회관에서 ‘정치 경제적 지구화의 희생자-달릿과 민중의 온전한 삶’을 주제로 열고 있는 학술회의에 참가한 제임스 마시(60)인도 달리신학연구소 명예소장.그는 종교가 관용을 충분히 갖출 때 세계화의 부정적 요소를 해결하고 더욱 나은 세계를 가꿀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도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모든 이들이 각각 처한 삶의 상황에서 자신을 자각하고 조직화한다면 지금처럼 분리된 세계를 얼마든지 하나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종교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시 소장은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중신학과 인도의 달릿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양쪽 모두 관용을 큰 가치로 여기고 만인의 해방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진정한 해방은 피압박자의 해방뿐만 아니라 압박자까지도 해방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는 한국의 민중신학과 달릿신학이 유사하다고 말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물론 민중신학이나 달릿신학은 모두 인간의 역사에 바탕을 둔 상황신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달릿신학은 카스트라는 사회제도 안에서 일어난 신학인 반면,민중신학은 종교적 상황을 우선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개념을 중시합니다.”

달릿신학은 3500년간 변함없이 인도사회에서 고통받아온 달릿 계층을 배경으로 태동했지만 민중신학은 산업혁명 이후 사회적 약자의 계급투쟁에서 비롯돼,200년이 채 안된 해방신학으로 본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종교,특히 기독교 신학의 몫은 바로 숱한 사람들이 여전히 억압·착취 당하는 사회구조를 중단케 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번 회의에서도 ‘갈등과 조정’이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궁극적으로 종교는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민중지향적이어야 합니다.물론 계층과 삶의 차별을 배제한 다원주의적 포괄성을 전제해야 합니다.”

기독교 신학을 포함해 모든 종교는 종교 자체의 목적만을 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실현 차원에서 피압박자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승화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그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공동의 선을 함께 추구할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고 말을 끝냈다.

인도 펀자브 출신인 마시 명예소장은 펀자브대와 런던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달릿신학 운동을 벌이는 NGO인 달릿연대(DSP)의장을 지냈으며,우리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성격인 인도 중앙정부 소수민족위원회의 상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세력이 큰 기독교 단체 남인도교회(CSI)와 쌍벽을 이루는 북인디아교회(CNI) 소속 목사이며 달릿신학의 최고 이론가로 정평이 나 있다.

글·사진 김성호기자 kimus@

■달릿신학이란

달릿이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제4계급인 수드라에도 못 미치는 천민을 뜻하며 전체인구의 30%인 3억명에 달한다.학계에선 ‘획정된 카스트’‘버림받은 부정(不淨)계급’‘열등 카스트’등으로 통한다.마하트마 간디는 이들을‘하리잔’(신의 자녀)이라 불렀다.

달릿 신학은 2000만 인도 기독교인의 70%가 달릿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이들을 인식해 생겨난 신학.지난 7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겨나 관심을 끈 한국의 민중신학과 유사점이 많다.

3년 전부터 한국 목사들이 인도에서 달릿 선교사로 일하며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김경재 교수는 남인도 낙푸르 지역에 달릿 청소년 교육을 담당할 시설을 마련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 민중신학회와 달릿신학회는 지난 98년부터 매년 양국을 오가며 학술적 소통을 모색하는 대화 모임을 마련해 올해는 한국측 15명,인도측 12명의 학자가 참가한 학술회의가 지난 14일부터 열리고 있다.

김성호기자
2002-08-17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