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통일축전

[씨줄날줄] 통일축전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2002-07-19 00:00
수정 200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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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한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을 섬기며 인간끼리 ‘하나’가 되는 잔치판으로 축제가 펼쳐졌다.우리나라에도 고대 부족국가 시절 부여의 정월 영고를 비롯해 고구려의 동맹,예의무천 등이 있었다.

서양 역시 고대 그리스 아티카주의 바쿠스 신전에서 디오니소스 축제가 행해졌다.서구문화의 원천인 그리스극과 시는 바로 이 축제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독교 또한 여러가지 축제를 창조해냈다.이중 부림절은 세계에서 가장 큰축제의 하나로 손꼽힌다.구약성서 에스더서를 보면 이 축제는 유태인이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던 기원전 6∼4세기 유태인이 학살될 운명에서 거짓말처럼 살아나 학살음모를 꾸민 페르시아인들에게 복수를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부림은 페르시아말로 제비라는 뜻의 푸림에서 유래됐는데 당시 페르시아인들은 유태인의 학살날짜를 제비뽑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런 축제의 모습을 보고 프랑스 학자 장 뒤비뇨는 ‘축제와 문명’에서 “축제는 인간을 구조나 법률이 없는 세계,즉 자연의 세계와 마주보게 한다.”고 갈파했다.현대의 축제는 신이 사라진 대신,‘개인’을 ‘우리’로 회복하는 통합적 기제로 작동한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8·15통일축전을 치르기 위한 논의가 열린다.오는 20일 평양에서 나흘간 남북 민간단체 대표들이 모여 행사 참가 문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통일축전은 여태껏 한번도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다.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인 90년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북공동선언 직후인 지난해에도 우리 사회에 숱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만경대 정신’서명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참관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정당과 정당,언론과 언론,보수와 진보 등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올해는 사태가 작년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6·29 서해기습도발로 남북관계가 여름철 무더위가 무색하게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전쟁을 하지 않을 바에는 민간부문의 교류는 이어져야 할 것이다.

코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신은 인간이 숯처럼 타버리게 될 때 인간을 구제한다.” 자칫 이말처럼 우리 민족의 속이 새카맣게 탄 다음에야 구제받는 아픔을 겪어서 되겠는가.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2002-07-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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