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뇌’/몸은 죽어도 뇌는 말한다?

신간서적/’뇌’/몸은 죽어도 뇌는 말한다?

입력 2002-07-12 00:00
수정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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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순수하게 뇌만 기능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인간을 규정하는 요소 가운데 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뇌’(이세옥 옮김,열린책들)는 과학의 이름을 빌려 상상 속에만 존재할 법한 가정에 대해 흥미진진한 실험을 펼쳐보이는 작품이다.

저명한 신경정신과 의사 사뮈엘 핀처는 컴퓨터를 꺾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된다.하지만 그날 밤 약혼자와 사랑을 나누다 죽는다.복상사로 처리되지만 의문을 품은 전직 탐정과 여기자는 뒤를 캔다.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다.핀처를 죽음으로 이끈 것에도 어떤 동기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혹이 이들을 사건 속으로 이끈 것.

죽음의 비밀을 캐는 추리소설이 이 작품의 씨줄을 엮고 있다면,날줄은 핀처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어느날 핀처의 병원에 교통사고 환자 장 루이 마르탱이 입원한다.평범한 은행원이던 그는 신경체계가 마비돼 눈만 깜빡이는 신세.하지만 뇌는 끊임없이 작용한다.핀처는 그의 시신경을 컴퓨터로 연결해의사소통을 한다.

두 가지 이야기가 한 장씩 나열되는 병렬구조.한쪽이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긴박감을 준다면,다른 한쪽은 인간의 뇌 기능이 얼마만큼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다.

특히 장 루이 마르탱의 의식을 따라가는 여행은 즐겁고도 섬뜩하다.‘죽은’거나 다름 없는 인간이 서서히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인간은 뇌가 가진 능력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하지 않았던가.우리가 그 이상의 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실 그 이상을 사용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하지만 순수하게 뇌만 기능하는 인간이라면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할 동기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뇌’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베르베르가 밝히는 최후의 비밀과 그에 따른 핀처의 죽음은 인간의 쾌락과 감정까지 모두 뇌의 작용이라고 믿는 일부 과학자들에 대한 인문학적 복수이다.‘인간은 무엇인가.’에 관한 긴 탐색은 삶과 행동의 동기를 하나하나 규정하지만,이 동기가 뇌의 한 조직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베르베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엄격한 과학적 고증과 쉬운 문체에 있다.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이성중심주의에 사변적인 욕망 이론들로 맞섰다면,베르베르는 뇌중심주의에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으로 맞선다.그래서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이번 소설은 인간의 존재를 묻는 3부작 가운데 98년작 ‘아버지들의 아버지’에 이은 두번째 작품.프랑스에서 지난해 가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원제는 ‘L’Ultime Secret’(최후의 비밀).상·하 각권 8500원.

김소연기자 purple@
2002-07-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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