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女 재상

[씨줄날줄] 女 재상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7-12 00:00
수정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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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말 환경부의 여성 사무관은 밀레니엄 시대 개막을 앞두고 모교 후배들에게 “여성 총리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장담했다.이어 “첫 여성 총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나올 수도 있다.”는 말로 후배들을 고무시켰다.그후 2년여 만에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나왔지만 후배가 아닌 ‘선배’에게서 배출됐다는 점에서 예언은 빗나갔다고 하겠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 총리의 위상은 옛 ‘재상’에 견줄 만하다. ‘일인지하 만인지존(一人之下 萬人之尊)’이다.절대 권력자가 임금이라면 재상은 권력을 지탱하는 최고 기능인이자 행정 기술자다.첫 여(女) 재상인 장상(張裳) 총리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벼슬의 높이 못지 않게 그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첫 여성 총리는 지난 1960년 스리랑카에서 나왔다.40년간 통치하면서 딸을 현직 대통령으로 배출한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총리는 1959년 총리인 남편 반다라나이케가 암살되면서 그 후광으로 총리에 추대됐다.두 번째 여성 총리는 1966년부터 17년 동안 인구 10억의 인도를 통치한 인디라 간디.그녀 역시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네루 초대 총리의 외동딸이라는 가계(家系) 덕분이었다.

자력으로 총리직에 오른 첫 여성은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다.1969년 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 그녀는 5년 동안 중동전을 진두지휘했다.10년동안 외무장관으로 재직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고 한다.1978년 죽음에 임박해서야 12년 동안 백혈병을 앓은 사실이 알려졌다.메이어 총리는 “못생긴 얼굴과 연약함 때문에 두배로 공부하고 기도했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여성 총리의 대명사는 ‘철의 여인’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일 것 같다.1990년까지 11년 동안 영국을 통치한 대처 총리는 노조에 발목잡혀 ‘영국병’이라는 중증을 앓던 산업구조를 단번에 일신했다.당시 남성 정치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포클랜드 전쟁을 결행,승리함으로써 영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1990년대 세계적으로 22명의 여성 총리가 쏟아진 것도 모두 대처의 영향이 컸다.

역대 총리의 위상과 역할에 따라 ‘방패내각’‘얼굴마담’‘실세총리’‘대독총리’등 많은 수식어가 붙여졌다.‘장상 내각’에 어떤 수식어가 붙게 될지는 장 총리의 몫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2002-07-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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