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참극’.지난 29일의 대한민국은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로 동시에 묘사됐다.남한 전역은 월드컵을 마무리하는 축제 인파로 넘쳐났다.서울 시청앞과 광화문에는 월드컵을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조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찬 젊은이들이 몰려 나왔다.
이날 오전 서해에서의 남북한 교전으로 사망한 이들에 대한 묵념이 터키-한국 경기 직전 이뤄졌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우리의 축제분위기를 보도하던 외국 언론들은 월드컵 폐막 하루 전날 드러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도 그대로 내보냈다.
“업그레이드됐다던 한국의 위상,이렇게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외교부 한 관리의 탄식이다. 분단 조국의 한계.월드컵 한달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었다.국제신용평가사는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까지 올렸다.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부러워했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흔들리는 것은 안타깝지만,현실이다.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햇볕정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통일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통일부 당국자들은 ‘우발적 사건’에 무게중심을 두고 해석하려는 인상이 역력했다.남북 민간교류·협력사업은 계속한다고는 했지만 목소리가 크지 못했다.정치권 등의 ‘햇볕정책 때리기’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벌써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이에서는 “뒤통수나 맞는 햇볕정책을 재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햇볕정책을 부정하는 논리가 힘을 얻을 공산도 크다.햇볕정책을 시행하는데 다양한 전술적 접근법을 취할 필요는 있고 그 논의는 열려있어야 하지만 그 자체가 매도돼서는 안된다.서해교전이 있었음에도 사회가 평온을 유지하고,서울 한 복판에서 월드컵 축제가 열린 것은 바로 햇볕정책의 긍정적 효과다.
최근 방한한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독일 국민도 40년간 희망과 체념을 반복했다.한국민들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대북 화해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김수정 정치팀기자crystal@
이날 오전 서해에서의 남북한 교전으로 사망한 이들에 대한 묵념이 터키-한국 경기 직전 이뤄졌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우리의 축제분위기를 보도하던 외국 언론들은 월드컵 폐막 하루 전날 드러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도 그대로 내보냈다.
“업그레이드됐다던 한국의 위상,이렇게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외교부 한 관리의 탄식이다. 분단 조국의 한계.월드컵 한달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었다.국제신용평가사는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까지 올렸다.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부러워했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흔들리는 것은 안타깝지만,현실이다.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햇볕정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통일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통일부 당국자들은 ‘우발적 사건’에 무게중심을 두고 해석하려는 인상이 역력했다.남북 민간교류·협력사업은 계속한다고는 했지만 목소리가 크지 못했다.정치권 등의 ‘햇볕정책 때리기’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벌써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이에서는 “뒤통수나 맞는 햇볕정책을 재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햇볕정책을 부정하는 논리가 힘을 얻을 공산도 크다.햇볕정책을 시행하는데 다양한 전술적 접근법을 취할 필요는 있고 그 논의는 열려있어야 하지만 그 자체가 매도돼서는 안된다.서해교전이 있었음에도 사회가 평온을 유지하고,서울 한 복판에서 월드컵 축제가 열린 것은 바로 햇볕정책의 긍정적 효과다.
최근 방한한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독일 국민도 40년간 희망과 체념을 반복했다.한국민들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대북 화해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김수정 정치팀기자crystal@
2002-07-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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