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희대의 방송 해프닝이 벌어졌다.SBS 라디오에서 매일 낮 12시부터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하는 최화정씨가 독일 축구팀 선수가 약물 검사에 걸려 한국팀이 결승전에 나가게 됐다고 방송한 것이다.‘소식’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면서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방송이 나가고 4분쯤 지나서야 오보를 알아채고 진화에 나섰지만 헛수고였다.아마 웬만한 언론사 간부라면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 몇 통쯤은 받았을 것이다.
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치과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30대가 상장사 대표 및 임원250여명에게 포르노 업계에 종사한다며 ‘불륜 증거를 입수했으니 돌려받고 싶으면 100만원을 송금하라.’고 협박해 9명에게서 900만원을 챙겼다고 한다.꼬리가 길어 결국 잡힌 30대는 경찰에서 당초 500만원을 목표로 삼았으나 돈이 쉽게 들어와 협박 행각을 계속하게 됐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있을 수 없는 거짓말들이다.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결승 진출 실언이 이렇게 큰 파문은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확정된 승패를 어떻게든 뒤집어보려는 엉뚱한 탐욕이 어느새 우리네 속내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결승에 진출할 수 있기를 염원하다 보니 그만 판단력을 잠시 잃었던 것 같다.얼마나 불륜을 저질렀기에 증거를 입수했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거금을 보냈단 말인가.돈을 보낸 기업인들 가운데에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도 ‘소문’이 두려워 송금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일이다.한 레저업체가 401명의 기업체 사장들의 골프 매너를 설문 조사했다고 한다.82%가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자신의 공을 좋은 자리로 살짝 옮기거나 잘못 친 타수를 말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 공을 벙커에 차 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문제는 응답자의 99%가 ‘자신은 골프 경기에서 정직한가.’라는 설문에 서슴없이 ‘예’라고 대답했다는 대목이다.
거짓말을 쉽게 믿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겉으론 정직하다고 주장하지만,골프를 치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쉽게 믿게 되는 것이다.자신도상대의 약점을 지레 짐작하고 협박한 경험이 있기에 쉽게 돈을 보냈을 것이다.그렇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눈감아주자는 얘기는 아니다.차제에 거짓이 통용될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자는 얘기다.욕심이 나더라도 정도가 아니면 포기하는 우리가 되자는 것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치과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30대가 상장사 대표 및 임원250여명에게 포르노 업계에 종사한다며 ‘불륜 증거를 입수했으니 돌려받고 싶으면 100만원을 송금하라.’고 협박해 9명에게서 900만원을 챙겼다고 한다.꼬리가 길어 결국 잡힌 30대는 경찰에서 당초 500만원을 목표로 삼았으나 돈이 쉽게 들어와 협박 행각을 계속하게 됐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있을 수 없는 거짓말들이다.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결승 진출 실언이 이렇게 큰 파문은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확정된 승패를 어떻게든 뒤집어보려는 엉뚱한 탐욕이 어느새 우리네 속내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결승에 진출할 수 있기를 염원하다 보니 그만 판단력을 잠시 잃었던 것 같다.얼마나 불륜을 저질렀기에 증거를 입수했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거금을 보냈단 말인가.돈을 보낸 기업인들 가운데에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도 ‘소문’이 두려워 송금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일이다.한 레저업체가 401명의 기업체 사장들의 골프 매너를 설문 조사했다고 한다.82%가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자신의 공을 좋은 자리로 살짝 옮기거나 잘못 친 타수를 말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 공을 벙커에 차 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문제는 응답자의 99%가 ‘자신은 골프 경기에서 정직한가.’라는 설문에 서슴없이 ‘예’라고 대답했다는 대목이다.
거짓말을 쉽게 믿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겉으론 정직하다고 주장하지만,골프를 치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쉽게 믿게 되는 것이다.자신도상대의 약점을 지레 짐작하고 협박한 경험이 있기에 쉽게 돈을 보냈을 것이다.그렇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눈감아주자는 얘기는 아니다.차제에 거짓이 통용될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자는 얘기다.욕심이 나더라도 정도가 아니면 포기하는 우리가 되자는 것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2-06-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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