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피버노바의 그늘

[씨줄날줄] 피버노바의 그늘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6-05 00:00
수정 200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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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대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높이겠다며 광고·홍보비로 수백억원씩을 쏟아붓고 있다.정보기술(IT)·금융·유통·자동차업체들은 수백만원짜리 경품을 내걸고 국내외 고객들의 시선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길거리를 휩쓸고 있는 ‘붉은 악마’들과 함께 월드컵향연을 한껏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잔칫날에도 굶주리는 사람들은 있다.고급유흥주점,면세점,여행·숙박업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들은 월드컵 연회 초청장을 받았음에도 식탁에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에는 젓가락도 대보지 못한 채 냉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다고 푸념한다.

월드컵 특수의 기대에 부풀었던 호텔 등 숙박업계와 여행사,면세점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한 것 같다.지난 4월말,월드컵 개막을 불과 한달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숙박대행업체인 영국계 바이롬사가 국내 호텔 룸 예약분의 70%를 무더기로 해약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으나 그 여진(餘震)은 사그라들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호텔 룸 이용률이 작년 동기보다 10% 포인트가량 밑돌고 있다.외국인 고객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대신 일본의 월드컵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탓이다.특히 서울시가 ‘월드인’으로 지정한 400여개 여관의 객실 이용률은 월드컵 개막 이후 10% 남짓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관광객의 감소는 면세점과 재래시장의 매출에도 그대로 이어져 평소보다 매출액이 30%나 줄었다며 상인들은 울상이다.여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내국인들마저 월드컵 이후로 해외여행을 미루면서 ‘외환위기 직후와 맞먹는 불황’이라고 하소연한다.

고급 유흥주점이나 음식점 등도 ‘월드컵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대형 TV를 설치하고 특별 할인행사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자원봉사자들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일용직 노무자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건설현장,밭작물 수확 일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농촌 들녘도월드컵 공식 축구공인 ‘피버노바’가 드리운 그늘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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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논설위원
2002-06-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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