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적’ 표현 바꿀 때다

[사설] ‘주적’ 표현 바꿀 때다

입력 2002-05-27 00:00
수정 2002-05-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방부가 이달 말로 예정됐던 국방백서 발간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북한 주적(主敵)’ 표현 삭제 문제를 두고 정부 안에서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국민 여론도 이념 성향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나타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주적’의 표현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본다.그 이유는 첫째,남북 화해·협력의 기본 방향에서 볼 때 북한을 굳이 ‘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우리의 국방 목표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다.이를 더욱 구체화하면 북한의 현실적인 군사 위협뿐만 아니라 모든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함을 뜻한다.따라서 ‘외부의 위협’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적용할 경우 ‘외부의 안보위협세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둘째,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특정 국가가 다른 특정 국가를적시하여 ‘주적’으로 개념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아랍국가들과 전면전까지 치렀던 이스라엘도 아랍권의 관련국을‘평화협상대상국’으로 표현하고 있다.대개의 국가들은 ‘가상 적’이니 ‘잠재적 안보위협국가’등으로 표현하고 있다.물론 현실적으로 막강한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남북상황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한반도 평화 정착의 유일한 방법이 남북간의 화해·협력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마당에 적대감만 증폭시키는 ‘주적’ 표현을 안 쓴다고 해서 대수는 아닐 것이다.

셋째,국방 백서에 ‘주적’표현을 ‘안보 위협세력’등으로 바꾼다고 해서 군의 안보 의식이 해이해진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합리적인 지적도 아니다.사실 국방백서가 1988년 처음 발간됐을 때는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었고,‘주적’표현은 95년 당시 북측의‘서울 불바다’발언으로 처음 사용되었다.주적 표현 문제는 향후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군사적 신뢰조치와 연계해 다룰 수도 있다.그러나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는 먼저 매듭을풀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02-05-27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