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낮은 목소리

[2002 길섶에서] 낮은 목소리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2-05-11 00:00
수정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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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낮게/낮은 목소리로 말할 일을/어깨에 힘만 주고말해 왔구나/나의 시는/……/한 시어를 찾아/헤맨 지난날/지상의 나무만 읽곤/뿌리를 읽지 못했다/나의 시는/……/낮게 보다 낮은 목소리로/겸허히/더듬거리자/나의 시는/……/들녘엔 벌써 땅거미 지는/영혼의 속삭임’

70대 후반에 접어든 시인 안장현은 자작시 ‘보다 낮은목소리로’를 40년 전의 제자들 앞에서 낭송했다.스승의날을 앞두고 고교시절 은사인 안 선생님을 모셨던 저녁 자리였다.어지럼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당신은 최근 ‘비우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지만 부인으로부터 “휴지통에 버려라.”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실토했다.

젊은 날에 쓴 시는 힘과 정열이 있었지만,지금 쓰는 시는 늘 회한의 언어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시 한 편을 쓰기 위해 며칠 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다는 선생님은 50대의제자들에게 ‘보다 낮은 목소리로’ 살아갈 것을 가르쳐준다.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높은 목소리로 가득한 것 같다.

이경형 논설실장

2002-05-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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