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권력’이라는 시민단체(NGO)들이 유리알 같은 지방행정과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의 착근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가 1970년대부터 급속히 자본주의화되면서 시민단체들이 급격히 팽창해 왔다.그 결과 시민단체가 지방행정을 투명하게 이끌었다는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는 반면 행정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방행정에 앞장서 개입하게 된 것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지방의원들이 비리에 개입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데다 전문성마저 부족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들에게 “의회를 투명하고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의원들이 제살을 깎는 듯한 자기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부정부패 등으로 구속되면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어김없이 성명서를 내거나 항의하고 있다.의원들은시민단체의이같은 성명서 등에서 의원 자질을 거론하면서 다른 결백한 의원들까지 매도하고 의회를 비하한다고 분개한다.
경실련 전남협의회는 “모든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 작성을 비롯해 모든 표결상황과 의원 재산 및 납세실적,무분별한 자료요구 자제,의회 발언시 불필요한 인사말 줄이기” 등 10대 개선안을 지난해 마련해 도내 각 지방의회에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회의 한번 참석하는 데 일당 8만원과 다달이 90만원 가량의 의정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지만현실적으로 너무 부족해 전문성을 갖춘 의정활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이에 따라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는 지방의회를 외면하고 토착세력과 연계된 인사들이 대거 지방의회를 점거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지방의원과 공무원들이 시민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탐탁잖게 생각하고 있다.시민단체의 활동비 가운데 많은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방자치단체는 한해에 많게는 수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각종 공익사업을펼치는비영리 민간단체에 올해 5억 90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지원대상은 ▲국민화합사업 ▲문화시민운동 ▲투명사회 만들기 ▲국제교류사업 ▲시민참여사업▲푸른부산가꾸기사업 등이다.
울산시도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에 2억 89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기도 했다.울산의 경우 지난해 71개단체들이 8억 7800만원을 신청했으나 59개 단체에 2억 9700만원을 지원했다.의원들과 지방공무원들은 “시민단체가지원금을 당초 목적대로가 아니라 운영비 등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시민단체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건전한동반자가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를 넘보는 정치적 경쟁자라는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방의회에 진출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회원들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나오려는 것이다.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한 낙천·낙선운동 차원을 넘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직접 내기로 했다.환경운동연합 등은 독자적으로 ‘녹색후보’를,다른 시민단체들도 광역단체장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후보를 골고루 내기로 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달 말까지 ‘만인위원회’를 구성해 시장과 5개 구청장 후보를 함께 내기로 최근합의하기도 했다.전북도 역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자치연대’를 결성해 15명 안팎의 시·군의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조진상 광주시민환경연구소장은 “시민단체가 정책 대안을 제시해도 행정기관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시민운동가들이 직접 지방의회에 진출,행정을 움직이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시민단체가 지방행정의 중심축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단체가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권력을 탐하며 스스로 권력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또 시민단체들은 회원이 부족해 사회적 현안이 대두됐을때 서로 연대하는 ‘품앗이’하기가 일쑤다.시민단체 회원 상당수가 상임·공동대표가 아니면 고문·집행위원장 등의 감투를 써 직급 인플레이션도 심한 편이다.스스로 권력화된 계층조직을 닮아간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기철기자 chuli@
■日요코하마코드 탄생 배경
일본 요코하마(橫浜)시는 지난 2000년 3월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시민활동과의 협력에 관한 기본방침(일명 요코하마 코드)’에서 민관 협력에 관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있다.
요코하마 코드는 원활한 민관 협력을 위해 ▲자주성의 존중 ▲상호이해 ▲자립화 ▲대등 ▲목적 공유 ▲공개의 원칙 등 6가지를 들고 있다.
이같은 요코하마 코드는 조례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시가제정한 ‘시민활동추진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요코하마시는 조례 제정에 앞서 97년부터 행정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때 갖춰야 할 자세에 관해 검토하기시작했다.민관 파트너십 원칙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활동추진 검토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위원으로 시민단체 관계자와 대학교수 각각 4명으로 구성했다.그러나 요코하마시나 행정 공무원은 위원회에참여하지 않았다.행정의 감시나 감독 없이 의견을 자율적으로수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검토위원회는 본위원회의 회의 5차례,소위원회의 회의 11차례를 열고 시민활동의 역할,시민단체와 행정의 관계,시민단체와 행정의 연대자세 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했다.
위원회는 99년 3월 의견수렴·공개포럼·시민단체 조사등을 근거로 요코하마시에 ‘시민활동과의 협력에 관한 기본방침’을 제안,조례가 제정되게 됐다.이 조례를 바탕으로 다음해 3월 요코하마 코드란 옥동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기철기자
■전문가 조언/ 정부와 시민단체는 ‘공생'해야
시민단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의 하나가 됐다.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비판·감시뿐만 아니라,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사회복지수요에 대처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행정과의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정부의 각종 위원회나자문회의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통해 정부는 시민단체에대해합법적·공개적으로 지원하기에 이르렀다.종래 시민단체와 정부가 서로 비판과 배제로 일관한 데 비하면 획기적인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행정이 과연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민관협력 경험이있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보면,양자 간에 현격한 인식 차이가 있고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공무원은 시민단체가 기업이나 행정조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시민단체는 공무원들이 ‘규정과 절차’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또파트너십의 주안점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반면 공무원은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데 도움 받기를 원하고 있다.실제로 시민단체가 민관 파트너십에서 갖는 가장 큰 불만은 ‘결정은 행정이 하고,민간이 자원봉사로 뒷받침해 주기만 바란다.’는 것이다.
파트너십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시민단체는무조건적인 자원봉사 단체가 아니다.비록 영리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나름의조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비가 필요한 조직이다.시민단체는 적어도 자기분야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이기도 하다.마찬가지로 시민단체도 행정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각종 공무원 교육때 시민단체에 대한 과목을 개설하거나,시민단체 연수나 교육에 행정이동참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상호 단기파견 근무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교류도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행정은 시민단체에 대해 지원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져왔다.사무실 제공이나 재정지원만이 효과적인 파트너십으로 간주된 것도 그 때문이다.그러나 이제 ‘지원에서 협력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행정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진정한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적극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시민단체로 하여금 행정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이해하고,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시민단체의 비판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시시비비를 가리는 가운데 건설적인 제안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참여연대의 서울시장 판공비 공개요구가 적극적인 제도개선으로 나타난 것이 한 가지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간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종합전담 창구로서 ‘민관협력정보센터’를 설치해 보자.시민단체에 대한 행정정보 제공,시민단체와 자치단체의 협력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조정,각종 지원사업의 결정과 대상단체 선정,기타 시민단체에 대한 행정편의제공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현행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의 한계를 보완하고,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민관협력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시민단체와 행정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라고 한다.양자 모두 시민의 복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창조적인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방자치의 성공적인정착을 위해 서로 책임 있게 비판하고,당당하게 협력하는 문화를 기대한다.
김수현 서울시정개발硏연구위원
시민단체들이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가 1970년대부터 급속히 자본주의화되면서 시민단체들이 급격히 팽창해 왔다.그 결과 시민단체가 지방행정을 투명하게 이끌었다는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는 반면 행정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방행정에 앞장서 개입하게 된 것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지방의원들이 비리에 개입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데다 전문성마저 부족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들에게 “의회를 투명하고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의원들이 제살을 깎는 듯한 자기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부정부패 등으로 구속되면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어김없이 성명서를 내거나 항의하고 있다.의원들은시민단체의이같은 성명서 등에서 의원 자질을 거론하면서 다른 결백한 의원들까지 매도하고 의회를 비하한다고 분개한다.
경실련 전남협의회는 “모든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 작성을 비롯해 모든 표결상황과 의원 재산 및 납세실적,무분별한 자료요구 자제,의회 발언시 불필요한 인사말 줄이기” 등 10대 개선안을 지난해 마련해 도내 각 지방의회에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회의 한번 참석하는 데 일당 8만원과 다달이 90만원 가량의 의정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지만현실적으로 너무 부족해 전문성을 갖춘 의정활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이에 따라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는 지방의회를 외면하고 토착세력과 연계된 인사들이 대거 지방의회를 점거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지방의원과 공무원들이 시민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탐탁잖게 생각하고 있다.시민단체의 활동비 가운데 많은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방자치단체는 한해에 많게는 수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각종 공익사업을펼치는비영리 민간단체에 올해 5억 90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지원대상은 ▲국민화합사업 ▲문화시민운동 ▲투명사회 만들기 ▲국제교류사업 ▲시민참여사업▲푸른부산가꾸기사업 등이다.
울산시도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에 2억 89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기도 했다.울산의 경우 지난해 71개단체들이 8억 7800만원을 신청했으나 59개 단체에 2억 9700만원을 지원했다.의원들과 지방공무원들은 “시민단체가지원금을 당초 목적대로가 아니라 운영비 등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시민단체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건전한동반자가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를 넘보는 정치적 경쟁자라는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방의회에 진출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회원들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나오려는 것이다.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한 낙천·낙선운동 차원을 넘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직접 내기로 했다.환경운동연합 등은 독자적으로 ‘녹색후보’를,다른 시민단체들도 광역단체장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후보를 골고루 내기로 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달 말까지 ‘만인위원회’를 구성해 시장과 5개 구청장 후보를 함께 내기로 최근합의하기도 했다.전북도 역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자치연대’를 결성해 15명 안팎의 시·군의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조진상 광주시민환경연구소장은 “시민단체가 정책 대안을 제시해도 행정기관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시민운동가들이 직접 지방의회에 진출,행정을 움직이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시민단체가 지방행정의 중심축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단체가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권력을 탐하며 스스로 권력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또 시민단체들은 회원이 부족해 사회적 현안이 대두됐을때 서로 연대하는 ‘품앗이’하기가 일쑤다.시민단체 회원 상당수가 상임·공동대표가 아니면 고문·집행위원장 등의 감투를 써 직급 인플레이션도 심한 편이다.스스로 권력화된 계층조직을 닮아간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기철기자 chuli@
■日요코하마코드 탄생 배경
일본 요코하마(橫浜)시는 지난 2000년 3월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시민활동과의 협력에 관한 기본방침(일명 요코하마 코드)’에서 민관 협력에 관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있다.
요코하마 코드는 원활한 민관 협력을 위해 ▲자주성의 존중 ▲상호이해 ▲자립화 ▲대등 ▲목적 공유 ▲공개의 원칙 등 6가지를 들고 있다.
이같은 요코하마 코드는 조례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시가제정한 ‘시민활동추진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요코하마시는 조례 제정에 앞서 97년부터 행정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때 갖춰야 할 자세에 관해 검토하기시작했다.민관 파트너십 원칙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활동추진 검토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위원으로 시민단체 관계자와 대학교수 각각 4명으로 구성했다.그러나 요코하마시나 행정 공무원은 위원회에참여하지 않았다.행정의 감시나 감독 없이 의견을 자율적으로수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검토위원회는 본위원회의 회의 5차례,소위원회의 회의 11차례를 열고 시민활동의 역할,시민단체와 행정의 관계,시민단체와 행정의 연대자세 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했다.
위원회는 99년 3월 의견수렴·공개포럼·시민단체 조사등을 근거로 요코하마시에 ‘시민활동과의 협력에 관한 기본방침’을 제안,조례가 제정되게 됐다.이 조례를 바탕으로 다음해 3월 요코하마 코드란 옥동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기철기자
■전문가 조언/ 정부와 시민단체는 ‘공생'해야
시민단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의 하나가 됐다.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비판·감시뿐만 아니라,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사회복지수요에 대처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행정과의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정부의 각종 위원회나자문회의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을 통해 정부는 시민단체에대해합법적·공개적으로 지원하기에 이르렀다.종래 시민단체와 정부가 서로 비판과 배제로 일관한 데 비하면 획기적인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행정이 과연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민관협력 경험이있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보면,양자 간에 현격한 인식 차이가 있고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공무원은 시민단체가 기업이나 행정조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시민단체는 공무원들이 ‘규정과 절차’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또파트너십의 주안점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반면 공무원은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데 도움 받기를 원하고 있다.실제로 시민단체가 민관 파트너십에서 갖는 가장 큰 불만은 ‘결정은 행정이 하고,민간이 자원봉사로 뒷받침해 주기만 바란다.’는 것이다.
파트너십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시민단체는무조건적인 자원봉사 단체가 아니다.비록 영리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나름의조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비가 필요한 조직이다.시민단체는 적어도 자기분야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이기도 하다.마찬가지로 시민단체도 행정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각종 공무원 교육때 시민단체에 대한 과목을 개설하거나,시민단체 연수나 교육에 행정이동참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상호 단기파견 근무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교류도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행정은 시민단체에 대해 지원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져왔다.사무실 제공이나 재정지원만이 효과적인 파트너십으로 간주된 것도 그 때문이다.그러나 이제 ‘지원에서 협력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행정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진정한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적극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시민단체로 하여금 행정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이해하고,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시민단체의 비판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시시비비를 가리는 가운데 건설적인 제안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참여연대의 서울시장 판공비 공개요구가 적극적인 제도개선으로 나타난 것이 한 가지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간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종합전담 창구로서 ‘민관협력정보센터’를 설치해 보자.시민단체에 대한 행정정보 제공,시민단체와 자치단체의 협력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조정,각종 지원사업의 결정과 대상단체 선정,기타 시민단체에 대한 행정편의제공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현행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의 한계를 보완하고,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민관협력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시민단체와 행정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라고 한다.양자 모두 시민의 복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창조적인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방자치의 성공적인정착을 위해 서로 책임 있게 비판하고,당당하게 협력하는 문화를 기대한다.
김수현 서울시정개발硏연구위원
2002-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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