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주례사

[2002 길섶에서] 주례사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4-30 00:00
수정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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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선배 한 분이 최근 주례를 부탁받았다고 했다.사회 생활을 언론사에서 시작했지만 인연이 짧았던지 주로재야 활동을 한 분이다.극구 사양했지만 신부까지 소개받은 터라 어쩔 수 없어 수락했다고 한다.처음 맡은 주례인지라 다소 긴장이 되어 주례사를 미리 작성하기로 했단다.

신랑 신부를 대신해 축하객과 양가 부모에 대한 감사 말씀,신랑 신부의 결혼 축하 그리고 소개를 마치고 주례사를 시작하려는데 말이 딱 막히더라는 것이다.“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하루를 살아도 정정 당당히 살라고 하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그렇다고 시류에 편승해 영달을 꾀하라고 하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참으로 아껴주고 싶은 후배 부부에게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처지가 무척 딱했다고했다.세상은 선한 자의 것이요,정의가 곧 힘이라고 자신있게 말해 줄 수 있는 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세상을 들여다 보면 나이든 어른들이 정말 면목없는 요즘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2-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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