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통계 수치에 속을 때가 있다.주가가 같은 비율로 올랐다가 내릴 경우 실제로 손해를 봤는데도 본전이라고 생각한다.예컨대 100원에서 10% 오르면 110원이고 여기서 다시 10% 감소하면 11원이 떨어져 99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한다.
경기 움직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3%로 성장하던 경기가 가령 100에서 5% 후퇴하면 95%가 된다.이후 4% 증가하면 평상시 성장률보다 높지만 경기는 여전히 98.8%로 이전만 못하다.경기침체의 ‘골’이 깊을수록 착각은 더하다.
지금 미국 경제가 그렇다.지난해 3·4분기 미국 경제는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3% 감소,‘경기침체’가 공식 선언됐다.그러나 4·4분기에 1.7% 증가한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5.8% 성장했다.하지만 실물경기는 좋지 않다.
기업의 이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 못지 않게 연말에 다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경기회복이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는 성장의 원동력에 있다.9·11 테러는 이미 추락하던 미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부시 행정부는 세금감면등 경기부양책으로 소비를 떠받쳤다.애국심에 대한 호소와 연말을 맞은 대폭 할인판매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일회성’의 측면이 강하다.반면 기업은 생산 감소와 대량해고,투자계획 취소 등으로 침체에 대응했다.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9·11 테러의 여파에서 벗어난 것은분명하나 200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하강국면에서 완전히벗어났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실질적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고가계와 정부가 각각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
1·4분기 5.8% 성장률 가운데 이같은 수요에 따른 성장치는 2% 포인트에 불과하다.나머지는 재고를 일정 수준 맞추기 위해 공장을 잠시 더 가동한 것이지 생산라인이 확충된 것은 아니다.금리인하는 주택·건설부문에만 유효했을 뿐 기업 전반의 투자를 이끌지는 못했다.
부시 행정부는 수요진작책으로 세금감면을앞세운다.그러나 세금감면은 재정적자를 유발,정부지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실제 미 재정은 지난해 1270억달러 흑자에서 올해 100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소비자가 돌려받은 세금이 모두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 부시 행정부가 이를 고집하는 것은 11월 중간선거와 2004년 대선을 겨냥해서다.
기업이익이 개선돼 신규투자가 늘기 이전까지 미국의 통계 수치는 오락가락할 공산이 크다.따라서 미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경기 움직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3%로 성장하던 경기가 가령 100에서 5% 후퇴하면 95%가 된다.이후 4% 증가하면 평상시 성장률보다 높지만 경기는 여전히 98.8%로 이전만 못하다.경기침체의 ‘골’이 깊을수록 착각은 더하다.
지금 미국 경제가 그렇다.지난해 3·4분기 미국 경제는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3% 감소,‘경기침체’가 공식 선언됐다.그러나 4·4분기에 1.7% 증가한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5.8% 성장했다.하지만 실물경기는 좋지 않다.
기업의 이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 못지 않게 연말에 다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경기회복이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는 성장의 원동력에 있다.9·11 테러는 이미 추락하던 미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부시 행정부는 세금감면등 경기부양책으로 소비를 떠받쳤다.애국심에 대한 호소와 연말을 맞은 대폭 할인판매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일회성’의 측면이 강하다.반면 기업은 생산 감소와 대량해고,투자계획 취소 등으로 침체에 대응했다.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9·11 테러의 여파에서 벗어난 것은분명하나 200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하강국면에서 완전히벗어났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실질적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고가계와 정부가 각각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
1·4분기 5.8% 성장률 가운데 이같은 수요에 따른 성장치는 2% 포인트에 불과하다.나머지는 재고를 일정 수준 맞추기 위해 공장을 잠시 더 가동한 것이지 생산라인이 확충된 것은 아니다.금리인하는 주택·건설부문에만 유효했을 뿐 기업 전반의 투자를 이끌지는 못했다.
부시 행정부는 수요진작책으로 세금감면을앞세운다.그러나 세금감면은 재정적자를 유발,정부지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실제 미 재정은 지난해 1270억달러 흑자에서 올해 100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소비자가 돌려받은 세금이 모두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 부시 행정부가 이를 고집하는 것은 11월 중간선거와 2004년 대선을 겨냥해서다.
기업이익이 개선돼 신규투자가 늘기 이전까지 미국의 통계 수치는 오락가락할 공산이 크다.따라서 미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2002-04-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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