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전쟁은 문명 짓밟은 살육전”

“십자군 전쟁은 문명 짓밟은 살육전”

입력 2002-04-26 00:00
수정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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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이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 아침이슬 펴냄]

교과서에서 본 십자군 전쟁은 이슬람의 기독교 성지 침범에 맞선 서방세계의 ‘성전(聖戰)’쯤으로 기억된다.

경과며 파급효과 역시 철저히 유럽인 시각에서 요약되기일쑤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김미선 옮김)은 때문에 제목부터 비주류다.렌즈를 거꾸로 뒤집어,이슬람인들조리개에 비친 전쟁상을 복원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공쿠르상 수상자인 레바논 출신 작가.역사와 문학에 두루 능통한 인물이다.그런 재능을 십분 살려 조각조각 흩어진 무슬림 사료들에 대하 역사소설의 호흡을 불어넣는다.

아랍인 입장에서 볼 때 십자군 전쟁은 성전은 커녕 문명을 짓밟은 야만적 침탈.온갖 오합지졸들의 집합소인 십자군은 진군길 물자조달을 위해 갖은 약탈과 살육을 마다않는다.아랍땅의 그리스도교도,유대인들까지도 비켜날 수 없다.

마라 마을에서 십자군이 일으킨 식인사건과,예루살렘 탈환직후 아랍 성군 살라딘의 관대한 처분을 맞세우며 지은이는 진정 누가 야만이고 누가 문명 계승자인지 따져 묻는다.

책의 유용성은 피압박민족의 역사 되찾기에 그치지 않는다.지은이는 적진앞에 사분오열을 연출한 이슬람 종파간 갈등도 가차없이 그려냈다.십자군전쟁을 탓하기 전에 지도자들의 무능과 패권다툼에서 아랍 침체가 비롯됐음을 자인해야 한다는 솔직한 토로는 시대불문,새겨들을 만하다.

수니파니 시아파니 신문 국제면을 단골로 장식하는 이슬람 종족분쟁의 뿌리를 엿보고 싶다면 일독해 볼 것.

이슬람-유대간 오랜 반목의 역사도 한 갈피에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1만5000원.

손정숙기자jssohn@
2002-04-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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