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아내 유학 보낸뒤 힘겨운 생활 ‘기러기 아빠’ 돌연死 잦다

자식·아내 유학 보낸뒤 힘겨운 생활 ‘기러기 아빠’ 돌연死 잦다

윤창수 기자 기자
입력 2002-03-02 00:00
수정 200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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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공부하는 자식에게 부인을 딸려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뜨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기러기 아빠’들 중 상당수가 과로하거나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지나친 음주와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들기 때문이다.‘기러기 아빠’는 최근 유학 붐을 타고 부쩍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과 이민을위해 학교를 그만둔 서울지역 중·고교생은 4376명으로 전년의 3707명에 비해 18%인 669명이나 늘었다.

D공사 과장 박모(38)씨는 큰딸(8)이 대인기피증세로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자 지난해 9월 아내와 두 딸을 캐나다에 보내고 혼자 남았다.

박씨는 토요일인 지난 1월12일 직장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고 밤 11시쯤 집으로 돌아간 뒤 14,15일 이틀동안 직장에 출근하지 않았다.이상히 여긴 직장동료들이 15일 저녁집을 찾았을 때 박씨는 안방에서 엎드린채 숨져 있었다.

경찰은 심장이 약한 박씨가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다 돌연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료 이모(32·여)씨는 “당시 업무량이 폭주하긴 했지만집에 가족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응급조치를 통해 살아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박씨는 가족을캐나다에 보낼 때 돈이 모자라 생명보험을 모두 해지하는바람에 가족들이 보험료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택시기사 손모(58)씨는 대학생인 막내딸을 영국에유학보낸 뒤 학비를 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최근 서울 중랑구 면목동 택시 안에서 숨진 채 등산객에의해 발견됐다.경찰은 손씨가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먹고 잠깐 눈을 붙이다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손씨는 2년 전 영국으로 유학간 딸을 위해 아침 7시부터밤 12시까지 일했다.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은 차안에서 빵과 우유로 때웠다. 이 사건을 담당한 중랑경찰서최모(32)경장은 “자식들을 위해 일하다 과로사하는 아버지를 보면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기러기 아빠 모임(cafe.daum.net/solonz)’을만든 송석준(43·건축업)씨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아내와고등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을 보냈다. 송씨는 “간섭하는사람이 없어 저녁은 대체로 밥 대신 술로 해결한다.”고털어놨다. 내년에 뉴질랜드로 떠난다는 송씨는 “교육 문제와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기러기 아빠가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모임의 한 회원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지하고,방탕한 생활을 하는 ‘기러기 아빠’도 많다.”고 귀띔했다.아내와 아이들을 호주에 보냈다는 ‘흐르는 강물’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회원은 “따뜻한 밥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다.너무 힘들고 고통 또한 말할 수 없다.

”고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강웅구(姜雄求) 교수는 “가족들과 헤어져 사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면서 “자식들을 유학 보내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현실에 만족하지못하고 경쟁하려는 성향이 강해 심장병 등에 걸릴 확률이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현찬 서울시의원, 민생사법경찰 전문성 강화 및 자치경찰 실질 권한 확보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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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기자 geo@
2002-03-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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