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교육이민은 절대로 가지 않겠네?”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교육이민은 절대로 가지 않겠네?”

허윤주 기자 기자
입력 2002-02-14 00:00
수정 2002-02-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교육이민은 절대로 가지 않겠네?” 캐나다에서 조기 유학의 폐해에 관해 ‘삐딱한’ 글을 써보낸 뒤 주변에서 전해온 반응이다.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손이 안닿아 포도를 못 따먹으면서도 ‘저건 시큼할거야’하는 것은 아닌지 미심쩍은 탓이리라.

정말이지 누가 아이만 달랑 유학을 보내거나 무작정 환상에 젖어 교육이민을 가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싶다.하지만 캐나다의 교육이 엉망이거나 생각보다 뒤떨어졌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때때로 ‘아이를 아예 외국으로 보내 공부시켜봐’하고 고민하기도 한다.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들이 고3까지 살인적인 대입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고,또 그들을 뒷바라지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실 캐나다의 학교는 부러운 점이 많다.특히 ‘자율성의 강조’는 샘이 날 정도이다.일례로 캐나다 10개주는 학년제가 11학년에서 13학년까지 다양하다.교육청도 일반 교육청과 가톨릭 교육청으로 나뉘어 각각 교과목을 구성하도록 한다.학교 벽마다 적혀있는 ‘남을존중하라’는 표어는차리리 감동적이다.‘Respect,You learn it! You earn it!’(존중하는 것을 배우면 너 역시 존중을 받는다.) 아무리 캐나다가 부러워도 그건 역시 남의 나라 얘기일뿐이라는 것쯤은 안다.교육은 결국 그 나라의 전체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흉내낸다고 똑같아 질 수도 없고,똑같이 돼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오타와의 ‘성마리아 가톨릭 초등학교’교실에서 만난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 자꾸만 생각난다.금발의 백인 아이들 속에서 머리카락이 까맣고 눈동자가 까만 1학년짜리 꼬마는 선생님이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보라”고 하자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는 커녕 우리들과 눈도 맞추지 못했다.대조적으로 옆반에서는 “하나,둘,셋…열”까지 한국말로 외치며 태권도 도장에 다닌다고 자랑하는 백인 학생을 만났다.“아이에게 완벽한 영어환경을마련해줬다.”고 어쩌면 흡족해하고 있을 부모를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원어민을 채용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학교에 재량권이라도 주면 굳이 이민까지 가지는 않을 텐데….우리나라는 교육청에서 커리큘럼까지 짜주니 원.” 학교를 나오며 침울한 표정으로 혼자말을 하는 어느 교장선생님의 말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허윤주기자
2002-02-14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