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이것이 문제

한국영화 이것이 문제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12-28 00:00
수정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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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사상 최고치인 50%로 끌어올리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속에는‘남한 여자’가 없다.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평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영화 평론가와 국내외 영화학도 등 11명이 한국영화의 현실과 문제점을조명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아틀란티스 혹은 아메리카’(현실문화연구 펴냄)는 우리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짚어냈다.

책은 남성들의 의리가 집중 부각된 ‘친구’나 한 중국인 여성의 죽음을 통해 남자주인공의 자아를 되돌아본 ‘파이란’ 등 최근 한국의 주요 영화들에서 남한의 여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으로 시선을 끈다.

책에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발로 꼽은 작품은 1998년의 ‘퇴마록’.그 이듬해 ‘쉬리’를 거치면서 거대 제작비,대대적 마케팅,전국 극장 동시개봉 등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전략을 그대로 본딴 한국식 블록버스터 제작이 붐을 일으켰다고 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김소영 교수는 “‘친구’‘조폭 마누라’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단숨에 끌어올렸지만 많은 부분이 후퇴했다”고꼬집었다.한국영화가 양적 급팽창은 이뤘을지언정 문화적다양성 측면에서는 뒷걸음질쳤다는 견해다.

‘대박 지상주의’로 치닫는 최근 주요작들에 등장한 여주인공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우리 국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뭣보다 이채롭다.‘공동경비구역 JSA’에서여주인공 소피(이영애)는 스위스 국적을 가졌으며,‘쉬리’에서는 북한 공작원(김윤진),‘파이란’에서는 중국 여성(장바이츠),‘무사’에서는 명나라 공주(장쯔이)가 각각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희생과 순종이 미덕이던 전통 한국 여인상은 중국 여성으로,이성적이고 현명한 여자는 외국 국적으로대체됐다”면서 “민족문제,남자들의 의리를 다룬 영화들은 폐쇄적 남성 집단을 부각시키는 대신 은근슬쩍 여성과소수 집단은 배제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공식만을 열심히 좇은 결과상업성이 떨어지는 ‘작지만 좋은 영화’들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좌표에 대해서도 숙고했다.서편제 등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처럼 한국의 전통적 소재로 ‘동양’이란 당의정을 입힌 영화들로 해외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의 득실에 대해 깊이 고민한 대목들도 눈길을 끈다.

황수정기자 sjh@
2001-12-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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