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모르모트

[씨줄날줄] 모르모트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1-12-06 00:00
수정 200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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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대혼란에 빠져 있다.학생과교사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잡는 심정’으로 무엇인가를 잡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이들이 잡으려는 것은 자신 또는 자녀의 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석차 정보다.해결책은 없는가.아니다.있다.엄청나게간단한 해법이 있다.교육부가 수능 총점 석차를 공개하면된다.

교육부는 비공개 이유를 “수능 총점을 전형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개발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어렵게 하며,수험생의 부담과 사교육비를 늘리며 대학의서열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같은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이들은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총점으로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점을 우선 지적한다.총점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학원 저 학원 뛰어다니면서 석차 분석을귀동냥하고 있다.그나마 학원마다 분석표가 달라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결국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입시를 치르게 되면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감이 훼손되게 된다.심한 경우 배짱이 있거나 운이 좋으면 보다 나은 대학을가고 점수가 좋아도 소심한 학생은 점수에 걸맞는 대학을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 적성과 특기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방침도 많은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적성과 특기 하나만 잘해도대학에 갈 수 있다면 공부를 전체적으로 잘하는 학생들은당연히 대학에 잘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공부를 전체적으로 잘하면 무조건 창의성이 없고 적성과 특기를 살리지 못할 학생일까.이번 수능 결과에서도 보듯이 적성과 특기를 강조하다 보니 학력이 저하된 것은 아닐까.자원이라고는 인적 자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교육부의 주장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라의 장래와 학생을 위해 정책이 있지 정책을 위해서 학생들이 있는 것은 아닐 게다.교육부 관계자가 들으면 펄쩍뛰겠지만 그들은 학생들을 모르모트(기니 피그) 다루듯 하고 있다.결과가 신통치 않은 교육부의 ‘실험정신’과 고집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황량한 겨울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2001-12-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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