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국민·당원이 주인되는 정당개혁

[대한광장] 국민·당원이 주인되는 정당개혁

정대화 기자 기자
입력 2001-11-29 00:00
수정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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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국회 장악과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최근 정치상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민주당이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후 당의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상향식 공천과 예비경선등 개혁을 주장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정당개혁이 강조되니 좋기는 하지만 방향에 문제가 있어보인다.당 쇄신의 총론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계산이 앞서 당의 개혁이라는 공적이익이 선거라는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표리부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의원의 표현처럼 찬바람 부는 겨울 문턱에서 ‘아버지가 가출한’ 형국이니 새 얼굴이 필요한데,여기에 문제가있다. 당내 사정상 얼굴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시간만큼 당의 내분은 깊어지고,내분이 원심력으로 작용할테니,시간이 지날수록 당의 약체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권위있는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예비후보의 활동기간이길어져 운동진용이 고착되면 정치논리상 양보나 포기보다분열과 이탈의 가능성이 높아진다.시간이 극단의 상황을 잉태한다는 말이다.민주당이 환골탈태를 하거나 깨어질 운명에 직면했다는 양자택일적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고려해야 할 것은 87년 이후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입증된 것처럼 선거국면에서 대통령이나 당대표는얼굴이 못된다는 사실이다.후보만이 유일하게 얼굴일 수 있다.한나라당이 사실상의 후보를 세워 실질적으로 선거에 돌입한 것 같은 상황에서 사공많은 배처럼 우왕좌왕하니,민주당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이 극히 짧고 한나라당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불리한 처지라는 현실인식에무딘 것 같다.당 쇄신과 후보선출 모두 중요하되 또한 시간제약을 받는다.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신발벗고 허리띠 풀고 할 시간은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정말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쇄신을 시작한 마당이니 정당개혁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달라는 것이다.정당은 총재나 국회의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의 것이다.그런데우리 정당은 한 번도 국민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언제나권력자의 것이었다.권력자에 의해 피조된 정당은 국민과 당원을 외면하고 항상 권력자를 위해 봉사했다.그정당에 당원이나 지구당이 필요할 리 없으니 지구당은 썩은 나뭇가지요,당원은 부도수표처럼 취급되었다.단 한 번도 정권을 창출하지 못한 채 권력자의 뜻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명멸해간 역사가 우리 정당의 모습을 대변한다.

정당을 개혁한다는 것은 정당을 국민과 당원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이다.그 핵심장치는 중앙당의 결정권을 지구당으로이양하고 지구당 당원과 대의원의 공천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당원이 당비를 납부하지 않는 정당,당원이 대의원을 선출하지 못하는 지구당,지구당에 공천권이 없는 정당은 정당이 아니며,지구당은 죽은 지구당이다.생각해보라.공천권도없는 지구당에 어느 정신나간 국민이 누구 좋으라고 당원으로 가입하여 당비를 납부하고 시간을 버리면서 정치활동에참여하겠는가? 아직도 지구당 위원장이 대의원을 일괄 임명하는 봉건적상황에서 대의원 규모를 늘리고 예비경선을 한다고 쇼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당 개혁은 국민과 당원이 공천권을 매개로 정당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나머지는곁가지에 불과하다.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대의원을 선출하고,당원이나 대의원이 지구당 위원장이나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정상적인 정당운영이 이루어지면 당 운영에서독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정당운영을 위해서 국고보조금에 연연할 이유도 없으며 검은 자금의 유혹도 사라진다.이런 상황이면 총재 아니라 총재 할아버지라도 소용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개혁의 말문을 열고자 한다면 새 정당의 모델로 정당정치에 힘을 불어넣고,이를 통해서 민심을극적으로 되돌리는 대반전의 정치를 실천하도록 권하고 싶다.국민을 위한 정치가 좋은 정치지만,더 좋은 정치는 재미를 주는 정치이다.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반전이 있다면 재미는 더욱 커진다.정치가들에게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한 번만이라도 국민들을 재미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대화 상지대교수·정치학
2001-11-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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