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거부권

[씨줄날줄] 거부권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1-11-26 00:00
수정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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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정년을 다시 늘리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이 강행되면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관심을 모은다.헌법 제53조2항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같은 ‘재의 요구권’을 일반적으로 거부권이라고 부른다.국회가 되돌아온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 의원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하다.야당 의석이 과반수를 약간 웃도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바로 해당 법안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엄격한 삼권 분립의 원칙에 근거하고있는 순수한 대통령 중심제의 장치이다.미국이 좋은 예다.

대통령에게 입법 사항인 법률안 제안권을 주지 않는 대신의회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부여했다.그러나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법률안 제안권도 주면서 거부권도 인정하고 있다.대통령 권한이 비대하다는 지적이 연유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교원의 정년 단축 등 교육계의 ‘개혁’에 시달려 왔다.교원부족과 교실 붕괴 등 정년 단축에서 비롯된 교육계 현안들이 꼬리를 물었다.당연히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한편에선 성과가 적지 않다지만 저편에선 교육 문제를 더 헝클었다고 비판한다.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힘으로 밀어 붙인 결과는 끝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1999년 1월 날치기 통과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정년 단축법 통과에 열성이었던 자민련 의원들이 이번에는 정년 연장에 앞장서는 모습은 아이러니컬하다.궁색한 대로 변명한마디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3년 전 46석의 당당했던자민련이 15석의 ‘꼬마 정당’으로 전락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국민의 뜻보다 눈앞의 권력에 눈이 어두워 허둥대는 모습이 안쓰럽다.

교육 개혁을 비판해온 한나라당은 핵심 사안인 정년 문제를 손질해야겠다는 것이다.교육 개혁에 쏟아진 국민 비판을 생각한다면 공감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그러나 지난 21일 문제의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자 학부모들의 반발은 의외로 드셌다.정년 단축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되돌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한나라당은 참으로 어려운 시험에 빠졌다.세상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야당의 행보를 의미있게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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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1-11-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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