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년전 우리불교의 모습

[기고] 21년전 우리불교의 모습

진관 기자 기자
입력 2001-11-03 00:00
수정 200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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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0월27일 전두환·노태우 군부 독재자들이 전국 사원을 강제 점령,법당을 군화발로 짓밟고 스님들을 강제로연행한 사건을 불교에서는 법난으로 규정한다.당시 군부 독재자들의 억압·탄압에 못이겨 반성문을 쓰고 수행에 대한신념도 없이 참회문을 쓴 스님들,그리고 군부 독재자들에게 아첨했던 승단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지조가 없었음을 개탄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그 진상을 규명하려고 애국 불교대중들은 많은 힘을쏟았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아울러 불교가 과연 권력자들의 하수인이 될 것인가,아니면 그들로부터 해방될 것인가를고민하던 스님도 적지 않았음을 이 기회에 다시금 말하고자 한다.

법난이 일어난 뒤 우리 불교는 새로운 눈이 열리고 사회를보는 눈이 넓어졌다. 불교가 고통을 당하는 민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자각운동도 일어났다.불교를 바로 알리기 위해민중들에게 호소했고,군부 독재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결과는 참담했다.자신들을 침탈했던 군부 독재자들의 비호 하에 나섰던 승려들에 의하여 법난의 진상규명은 좌절되고 말았다.그리하여 21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불교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명예회복도 받지 못하고 있다.광주 민중들을 학살한 자들이 민중들에 의하여 항복했고광주민중들이 보상법을 얻어낸 사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광주민중들을 학살한 자들의 편에 있던 자들,불교 법난을당한 시점에 그들의 편이었던 자들은 군부 독재자들과 함께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과거의 역사를 조명하고 그 날의 진상을 규명하였다면 지금의 불교가 이러한 모습으로 민중들에게 보여지지는 않았을 것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광주 민주화운동 청문회에 불교 종단 대표자가 증언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 나가지 아니 한 책임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불교 법난이 일어난 뒤 우리 불교는 새로운 눈이 열리고사회를 보는 안목이 넓어졌다.

민중을 향해 권력으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불교,언제나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우리는 나섰다. 그리하여 불교는 고통당하고있는 민족·민중과 함께 하는 불교가 돼야 한다는 자각의운동이 태동하게 되었다.

눈이 있는 자들아 역사를 바르게 보자.그 날에 군부 독재자들에게 협력한 자들이 있다면 반성하고 그 사건으로 생명을 잃고 병을 얻은 스님들과 불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나서야 한다.21년 전,조계사 마당에 서서 보았던 10월27일불교법난의 침탈을 회상하면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불교대중들은 민족을 위하여 민중을 위한 일에 한 걸음 나가야 한다.

군부 독재의 편이었던 승려들이 이제라도 모든 공직에서물러나기를 바란다.역사는 속일 수 있어도 역사의 행위를속일 수는 없다.불교여 21년 전의 역사를 바르게 보라.그리고 참회할 자들은 참회하고 반성할 자들은 반성하라.100년후 불교를 향해 우리는 바르게 살자.

진관 불교인권위 공동대표
2001-11-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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