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北의 이산상봉 연기

[사설] 어이없는 北의 이산상봉 연기

입력 2001-10-13 00:00
수정 200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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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제4차 이산가족 상봉을돌연 연기한 것은 어렵게 쌓아온 남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조선이 철통 같은안보태세를 역설하고 있는가 하면 군부세력들은 출동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대공포가 하늘을 겨누고 아차하면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는 지역에 민간인들을 보내는 것은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연기 이유를 밝히고있다.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북한에 묻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북한의 남북관계 인식이 여기에밖에 미치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對)테러 전쟁은 앞으로 세계 질서를 바꿀지도 모르는 지구촌 최대의 사건이다.그러한 국제상황에서 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취해야 할 당연한 조치다.북한을 위협하기 위해군의 출동준비 태세를 강화한 것이 아닌 줄은 북한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을 연기하고 싶다면 다른 이유를 댈 것이지 굳이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를 댈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지난 일까지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은 제2차 이산가족 상봉 때도 일방적으로일정을 연기했고,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도 회담이 열리는당일에야 불참을 통고하는 등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했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신뢰가 쌓이겠는가.

이산가족 상봉은 당국간 회담과는 달리 인도적 차원에서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민족의 과제다.이제 죽음을 앞둔 나이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던 이산가족들을 또 울게 해서야 되겠는가.남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추첨에 떨어진 할아버지 2명이 고향을 그리며 자살하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북한이 그나마 이산가족 상봉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밝힌 데 대해 주목하며,하루빨리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북한의 돌출 행동은 지금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쌀지원 논의나 경의선 연결 등 경제협력 분위기에도 일정부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북측에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정부 부처들도 필요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북한은 무엇이 남북의 화해와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진정한 신뢰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우리 정부나 국민들도 북한의 어이없는 ‘몽니’에 속이 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해와 평화’라는 남북관계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일부 대북 강경론자들도 이를 빌미로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폄하하거나 ‘남북갈등’이나 ‘남남갈등’을 부추기지 말기를 당부한다.

2001-10-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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