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외교각축전 양상

美·러 외교각축전 양상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1-08-07 00:00
수정 2001-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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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전선에 미묘한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빌미로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MD) 계획 등 주요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반격을가했다. 러시아가 10월로 예정된 미 ·러 정상회담에서 뿐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역학구도에서 미국에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2차 남북 정상회담 지지 등 한반도 정책의 총론에서는 미국과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4일 김 위원장과의 공동선언문에서 북한의미사일 개발에 대한 입장을 환영했다.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이 ‘본질적으로 평화’를 위한 것으로서 북한의 주권을존중하는 어떤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MD를 추진하는 배경으로서 내세운 ‘불량국가’인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을 러시아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다.게다가 미국과 72년에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고 공동선언문에 명시,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미국의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주한 미군과 관련해,부시 행정부는 “철수할 생각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다.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의 주한 미군철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입장에 ‘이해’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려는 북한을 환대, 러시아의 외교적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국제분쟁의 ‘중재자’로서 러시아가 미국을 대신할 수 있다는대외적 이미지를 굳혔다.‘힘의 외교’를 펼치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모스크바에 대한 경각심을 죄는계기가 될 수도 있다.향후 미·러간 외교각축전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2001-08-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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