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소년의 죽음

[사설] 어느 소년의 죽음

입력 2001-07-12 00:00
수정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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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자 신문에 보도된 한 소년의 죽음은 너무도 충격적이다.어머니가 가출한 뒤 홀로 남은 정신박약아 심모군(15)이 대구 시내 어떤 초등학교 구내 옥수수 밭에서 ‘쪼그려앉은 시체’로 발견됐다.숨진 심군의 입 속에는 씹다만 날옥수수가 가득 차 있어 현장을 확인하던 경찰관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고 한다. 사망 원인은 극도의 영양실조에의한 심부전증이었다.

심군은 4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10평도 안되는 영세민 임대아파트에서 생계보조금 월 10만2,000원으로 어렵게 살았다.몇달 전 어머니 유모씨(43)마저 카드 빚독촉에 시달려 가출하자 홀로 남아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며 고단한 삶을 버텨오다가 그의 아파트를 노린 동네 불량배의 협박으로 거리로 쫓겨나 구걸로 연명했다고 한다.

심군의 비참한 죽음은 우리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아무리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하지만 정박아인 아들을 내팽개치고 가출해 버린 어머니 유씨의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가정 붕괴’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암담할 뿐이다.심군은 정박아로 생활력이 전혀 없는 사회적 보호 대상이다.우리 사회는 그런 심군을내팽개쳐 둬 굶주림 끝에 옥수수 밭에서 홀로 죽게 했다.

도대체 이웃과 동사무소는 뭘 했고 동네 파출소는 뭘 했단말인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자들에게는 국가가 필요없다.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을 위해 국가는 존재한다고 할 수있다. 따라서 국가는 소외된 국민들을 챙겨야 한다. 우리사회는 물량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양지’와 ‘응달’의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결손가정 자녀와 정박아 등장애 청소년 문제 해결에 집중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심군의 이웃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도 이런 비극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와 이웃들을 탓하기 앞서우리 모두가 심군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간 공범일 수 있다.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해서 이웃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제라도 이웃을 돌아볼 일이다.

2001-07-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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