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극 철저한 고증없이 재미 치중”

“요즘 사극 철저한 고증없이 재미 치중”

입력 2001-06-08 00:00
수정 2001-06-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진짜 사극을 하고 싶습니다.” ‘연산군’‘수양대군’‘이방원’에 이어 KBS-2TV의 ‘명성황후’중 ‘대원군’역까지 맡으며 사극 붐을 일으킨 유동근씨(44)의 첫마디는 의외다.

그는 “요즘 사극이 전성기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 없고 재미에만 치중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TV드라마에 사극붐을 일으킨 주인공답게 사극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초여름 KBS 본관 맞은편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촬영을 막 마친 탓에 아직까지 대원군의 위엄이 배어있는 듯했다.

극중에서 경복궁 중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세금을거두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대신들이 항의하자 대원군이 눈물을 흘리면서 설득하는 대목에서는 실제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펑펑 눈물을 쏟기도했다.영국 공사가 중국을 처음 방문해 어머어마한 자금성의규모에 놀라 기가 죽는 이야기를 자못 처연한 목소리로 상세히 들려주며 “자금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웃 나라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줄 정도의 궁궐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울먹이며 대신들에게 되묻는 장면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 혈세로 궁궐이나 지어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대원군의 종래 이미지는 본래 모습과 차이가 있는 것같다”면서 “대원군에 관한 고정된 인물관을 바꿔놓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열정을 갖고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 윤창범 PD도 같은 생각이다.“단순히 구한말 상황을 재연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국민적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흥선대원군이나 명성황후가 구한말 백성들의 지탄을 받았고 파벌정치와 매관매직 등으로 국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은식민사학자들의 그릇된 평가라고 제작진은 보고 있다.이때문에 대원군 캐스팅은 윤PD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하다.‘5척 단신에 빼빼 마르고 꼬장꼬장한’ 면모로서는 왕실개혁과 세도정치 혁파에 앞장섰던 지도자의 선굵은 이미지를 제대로 살려낼 수 없어 당당한 풍채에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유동근을 발탁한 것.

유동근은 부인 전인화와 요즘 서로왕과 왕비로 부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예전에 한명이 사극에 출연할 때는 서로 도움을 줬으나 요즘에는 헷갈려서 대본읽기 연습도 따로한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송하기자 songha@
2001-06-08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