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참배’ 대신 ‘참회’를

[씨줄날줄] ‘참배’ 대신 ‘참회’를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1-06-01 00:00
수정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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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는 어떤 곳인가.이곳에는 메이지(明治) 시대 이래 전몰자 246만여명의 위패가 있다.2차대전 A급전범 14명,B·C급 전범 1,000여명의 위패도 지난 1978년에들여놓았다.이들의 유품,죽으러 가면서 쓴 혈서,무기 등이무수히 진열돼 있다.야스쿠니는 신사라는 일본 표현처럼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전쟁신으로 모셔놓은 사당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일본 총리가 또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언급했다.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데 대해 한국과 중국은 외교문제로 삼지말라”고 했다.고이즈미 총리는“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행위가 매년 문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오는8월15일 반드시 참배하겠다”고 했다.이미 고이즈미 총리는자민당 총재선거 때,총재에 당선된 후 “총리 자격으로 참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무시하면서까지 그곳을 찾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짐작컨대 역사에 대한성찰이 모자라거나,일본의 우경화 분위기에 편승해 인기를 유지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상당부분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본의 우경인사들이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국인의 국립묘지 참배와 다를 것이 없는데 왜시비를 거느냐’는 것이다.정상급 인사들이 외국을 방문할때는 그 나라의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 예의다.그런데 외국 정상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못했다.국립묘지는 나라를 지킨 희생자들을 기리는 곳이고,야스쿠니 신사는 침략전쟁에 앞장선 전범들을 기리는 곳이기때문일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자.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침략하고,학살·유린한 군인들을 모셔다 놓고 대통령·주석 자격으로 참배하면 일본인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2차대전 패전 후 독일은 진심으로 사과했고,주변국들은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다.독일은 나치시대의 침략과 학살을 부끄러워한다.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참회’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honk@
2001-06-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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