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위험한 인종 우생학

[씨줄날줄] 위험한 인종 우생학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1-05-15 00:00
수정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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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1822∼1884)의 유전법칙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극과 극의 상반된 두 측면이 있다.유전법칙이 과학,특히 의학분야에 끼친 공헌도 크지만 그 해악 또한 작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치의 인종 학살을 부추긴 우생학이라고 할수 있다. 1865년에 발표된 유전법칙은 다윈(1731∼1802)의진화론과 결합해 우생학(Eugenics)을 낳았고 이들은 인간의지능은 물론, 청결,알코올중독,심지어 가난도 유전적 요인으로 파악했다.따라서 이들은 사람들의 인종적 자질을 일람표로 만들어서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늘리고 열등한 종족의생식을 줄이자는 우생학적 주장을 당연시했다.

우생학자들은 1933년 히틀러가 ‘미래시대의 유전질병 방지법’으로 알려진 강제 불임법을 통과시켰을 때 박수를 쳤다.심지어 영국의 우생학지(Eugenics Review)는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난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며 매우 비과학적이다”라며 히틀러의 독일을 옹호하기까지했다. 그러나 이 우생학이 유태인과 집시,심지어 장애인들까지도 잔혹하게 학살하는 나치즘으로 발전할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멘델의 유전학은 인류의 신기원을 약속하는 생명공학으로이어졌다.그러나 생명공학도들도 나치 망령이 드리운 유전자 차별론을 신봉하지는 않으며 다만 의학적 활용과 그에따른 윤리적 논쟁이 있을 뿐이다.이런 마당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지사가 “중국인의 흉악 범죄는 민족적 DNA에 의한 것”이라는 해괴한 이론을 내놓아 실소를머금게 한다.그의 산케이(産經)신문 칼럼은 “경시청에 갔더니 얼굴 가죽이 벗겨진 사체가 있더라.일본인은 이런 짓을 안할 것인데 했더니,아니나 다를까 중국인끼리의 살인이었다.이러한 민족적 DNA를 표시하는 듯한 범죄가 만연함으로써 일본사회 전체의 자질이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돼있다.

이시하라 말대로 민족적 우열이 존재한다고 치자. 18세기산업혁명만 해도 중국은 서구의 어떤 나라보다 앞선 문명을향유하고 있었다. 더구나 일본이 산업혁명 이후 서구 문물을 먼저 받아들이기 전까지도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변방이었음은 공지의 사실 아닌가.그의 역사적 무지,반인류적 편견이 걱정스럽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5-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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