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개혁의 역사 법칙

[대한포럼] 개혁의 역사 법칙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1-05-02 00:00
수정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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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주요 언론인들의 발길이 이란으로 이어지고 있다.13억 이슬람문화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에서 개혁바람이 거세지며 신정체제(神政體制)가 일대 전기를 맞고있기 때문이다.보수와 개혁간의 변증법적 관계가 어떤 형태의 역사법칙의 궤적을 그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란 현대사는 호메이니로 거슬러 올라간다.1979년 2월회교혁명을 통해 54년 동안 통치해온 팔레비왕정을 붕괴시키며 회교공화국을 탄생시켰다.호메이니는 최고위 성직자로 정신적 지도자일뿐만 아니라 행정·입법·사법 등 전권을 장악한 정치 지도자가 되었다.호메이니에 대한 국민의절대적 순종은 1989년 그 뒤를 이은 헤메네이에게도 그대로 상속되었다.관공서나 공공기관은 물론 대로변,상점 등이란에서는 눈길이 미치는 곳마다 호메이니와 헤메네이의대형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신정체제에는 정치활동이란 게 없다.회교 이념이 바로 정강이요,정책의 기조가 되기 때문이다.정당 또한 있을 수없고 정책 시행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100여개의 정치 그룹만이 있을 뿐이다.국회를통과한 법안은 회교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발효된다.대통령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불신임을 받으면 물러나야한다.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권 역시 헌법수호위원회에 있다.

이란의 재야 인사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관제 데모’ 이외에는 어떤집회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지난해 테헤란대학생들이개혁을 요구하며 벌인 기습 집회가 회교혁명 이후 유일한집회였다고 한다.언론 자유도 봉쇄돼 있다는 입장이다.지난해 4월 이후 인권 탄압 사례 등을 보도해온 개혁계 신문 35개가 강제 폐간되면서 언론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고 주장한다.실제로 4명의 언론인이 당국에 구속돼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의 거대한 종교 집단인 신정체제에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1997년 8월 라프 산자니의 뒤를 이은 하타미 대통령의 등장이후다.하타미는 직접선거로 선출됐다는입지를 활용해 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먼저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노선을 버리기 시작했다.외교정책의 변화에 이어 정치적 민주화,경제발전을 위한 개방 등으로 외연을 넓혀 갔다.사회체제의 틀을 바꾸려는 변화에 1979년 당시 학생들이었던 혁명 2세대들이 지원하고 나섰다.여기에 대학생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지식인들은,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도 국민의 개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리고 오는 6월8일로 예정된 대선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지난 1997년 선거에서 70%의 지지를 얻었던 하타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6월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도 하타미 대통령이 출마선언을 유예함으로써 보수와 개혁 양 진영의 줄다리기가한창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성직자들에게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얻어 내기 위한 ‘빅딜’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국민의 개혁 요구를 적정선에서 막아 줄 수 있는 인물은 하타미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보수 수구세력의 위기 의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것이다.때맞춰 이란신문들은 연일 하타미 대통령의 출마를 권하는 단체나 국민의 목소리들을 내보내며 개혁세력을 간접적으로 거들고 있다.

현지 관측통들은 수구세력은 국민의 개혁 요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그리고 개혁파는 취약한 권력 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타협안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점쳤다.

그리고 좀더 많은 국민이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향으로 역사가 발전한다는 게 과거의 역사법칙이고 보면 이란에서도 개혁이 어느새 도도한 흐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신적 지주인 종교 지도자가 현실정치의 정점에 서는 ‘특유의 실험무대’가 아무쪼록 역사의 교훈에 따라 막을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테헤란에서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2001-05-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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