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박노항 검거/ 은신 행적

병역비리 박노항 검거/ 은신 행적

노주석 기자 기자
입력 2001-04-27 00:00
수정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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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검찰단 1층 조사실.서영득(徐泳得·공군대령) 검찰단장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박노항(朴魯恒·50) 원사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박원사는 25일 오전 국방부로 압송돼 온 뒤 계속된 릴레이식 밤샘조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27년간 헌병수사관으로 범인을 취조하면서 갈고 닦은 ‘조사기법’을 역이용,진술을 거부하거나 초점을 흐리고 이리저리 말을 돌렸다.

박원사는 그러나 서 단장의 집요한 회유와 설득에 26일새벽부터 조금씩 입을 열었다.주로 35개월간의 도피행적에 초점이 맞춰졌다.“서울역 등지에서 부랑자처럼 지냈다”는 초기 진술이 “사실은 98년 5월 이후 동부이촌동 아파트에서 계속 지냈다”로 바뀌었다.

박원사는 병역비리 알선 대가로 1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원용수(元龍洙·56·전 육본 모병연락관·준위)씨가 붙잡히자 도피를 결심했으며 은신처를 직접 물색했다고 설명했다.지리를 잘 아는 국방부 청사에서 가깝고한강이 보이며 이웃간 접촉이 없어도 의심받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박 원사는 “목소리를 바꿔 누나(57)에게 부탁,현금 9,000만원을 전세계약금으로 주고 아파트를 얻었다”고 진술했다.

서 단장이 “다른 사람이 전화를 했다고 누나가 진술했다”며 다그치자 “감청을 피하기 위해 가성(假聲)을 사용했다”며 우겼다.도피를 도운 ‘제3의 인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한동안 실랑이가 이어졌으나 브로커와 내연녀 등의 이름을 대며 관계를 캐물어도 요지부동이었다.

다만 같은 아파트,같은 동 6층에서 11층으로 한번 이사했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박 원사는 누나 때문에 붙잡혔다는 사실을 원망하지 않았다.서 단장은 “누나가 어려운살림에도 매달 아파트관리비를 내주고 음식과 옷가지·생활도구·약 등을 대준 데 대한 고마움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박원사는 도피자금 6,800만원을 갖고 있었지만누나나 형에게 한푼도 주지 않은 이유를 묻자 웃기만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누나가 가스검침원 최모씨(33)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 도피생활의 최대위기였다고 했다.발각 일보직전의 위기였으나 김치를 담그는 박씨 모습에 최씨가 의심을 푼 것 같다고 말했다.박 원사는 98년 8월 이후 외출하지 않았으며 전화도 없었고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았다.

무선호출기도 사용중지 상태였다.

마주한 지 만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서 단장이 “지금언론에서는 당신을 ‘병무비리의 몸통’으로 지칭,사회지도층 자제 등 140건의 병역비리에 관련됐고 100억원대의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치자 박 원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노주석기자 joo@
2001-04-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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