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인맥 열전](48)기획예산처.상

[공직인맥 열전](48)기획예산처.상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1-04-19 00:00
수정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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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경제기획원(EPB)의 본류(本流)는 기획예산처가 이어받고 있다.국민의 정부가 지난 98년 초 출범하면서 공룡부처로 비난받던 재정경제원이 재경부와 예산처(당시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로 분리될 때 EPB맨들은 예산처행(行)을 선호했다.예산기능이 빠진 재경부는 옛 재무부(MOF)와비슷해 재경부에 남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EPB와 MOF의 스타일은 대조적이다.과장들이 국장 앞에서도 자유롭게 정책 등을 비판하는 게 EPB라면,국장이 없는데도 과장들이 국장을 비판하지 않는 게 MOF의 문화다.EPB에는 토론문화가,MOF에는 엄격한 상하관계가 상대적으로강조된 탓이다.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자유분방한 EPB의 스타일은 예산처에 남아있다.

사람(상사)들은 시비(是非)를 따지거나 소신이 있는 부하보다 윗사람을 잘 모시는 고분고분한 부하를 좋아한다.94년말 EPB와 MOF가 통합돼 재경원으로 출범한 뒤 EPB 출신들이 “악화(惡貨·MOF)가 양화(良貨·EPB)를 구축(驅逐·쫓아냄)했다”고 말한 게 이런 맥락에서다.

예산처는 재경부와 함께 엘리트들이 많은부처로 통한다.

예산처 관료들의 실력,학벌,집안배경 등은 다른 부처와는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또 예산처는 ‘상대적’으로 호남출신이 많은 부처다.현 정부 출범후 생긴 현상만으로 볼수는 없다.전통적으로 EPB에는 호남,MOF에는 영남 출신이상대적인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본부 1급 이상중 전윤철(田允喆) 장관,김태현(金泰賢) 기획관리실장,김경섭(金敬燮) 정부개혁실장은 호남 출신이다.김병일(金炳日) 차관,박봉흠(朴奉欽) 예산실장은 영남 출신이다.외부에 전출된 1급(상당)인 김광림(金光琳) 국회예결위 수석전문위원과 변양균(卞良均)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영남 출신이다.

전 장관의 추진력은 대단해 ‘전틀러’로 불린다.지난해8월 취임 후 공기업 퇴직금누진제 폐지,기금 통폐합,공기업 민영화 등의 성과를 올렸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지난 16일 예산처의 업무보고때 “예산을 개혁과 연계해공공부문 개혁에 성과가 있었다”면서 “전 장관은 애국심과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전 장관은 공정거래위원장 때에는 계좌추적권,계열사간 출자총액제한제도를도입하며 재벌개혁을 주도했다.

김 차관은 업무를 매우 꼼꼼히 챙기는 ‘양반’이다.업무상 직원들에게는 엄하다.조달청장 시절에는 조달행정을 고객(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역점을 뒀다.조달청장 때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어 골프를 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박 실장은 순발력이 뛰어나다.국회의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마당발이다.지난해 예산편성때에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민간사업자에게 국고를 일부 보조하는 장치를 마련해 SOC 민간투자를 유도했다.김태현 실장은 1급 이상중 유일한 MOF 출신이다.증권업무과장,증권발행과장,증권정책과장을 거친 ‘증권통’이다.증권발행과장 때에는국채발행을 정비하는 등 채권시장 선진화 작업을 주도했다.

김경섭 실장은 업무의 맥을 제대로 짚는다.추진력도 뛰어나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이뤄냈다.90년에는 행정학박사 학위를 딸 정도로 학구적이다.김광림수석전문위원은 정치적인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이다.적극적으로 업무를 챙기고 일 욕심도많다.재정기획국장 때에는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를 챙겼다.

변양균 수석전문위원은 예산정책과장,예산총괄과장,경제예산심의관 등을 지낸 예산전문가다.총괄과장 때에는 사법시설특별회계를 비롯한 불필요한 특별회계를 정리하는 등재정개혁에 앞장섰다.김영주(金榮柱) 청와대 정책비서관은 기자들에게 설명을 잘 하는 ‘가정교사’다.보고를 마친뒤에도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자세로끊임없이 연구하는 성실성이 돋보인다.

곽태헌기자 tiger@
2001-04-1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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