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답답한 日교과서 왜곡 대응

[데스크 시각] 답답한 日교과서 왜곡 대응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4-06 00:00
수정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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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태를 보면서 일본은 과연우리에게 우방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수교국에 대해 이같은 의문을 던지는 자체가 결례일지 모르지만 한·일 두 나라·민족 사이에는 여전히 ‘감정적 앙금’이 짙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는 과거사 정리가제대로 안된 탓이며,특히 일본측의 거듭된 역사왜곡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일본의 첫번째 역사교과서 왜곡은 지난 82년으로 거슬러올라가는데,한국으로서는 ‘제2의 국치(國恥)’에 버금갈만한 모독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일본에게 한국을 손톱만큼이라도 존중·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왔겠는가? 또 일부 몰지각한 지식인들이 그릇된 역사관에 빠져 그런 생각을 했다손 치더라도 일본정부가 어찌 그런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켰단 말인가? 백번을 양보해도 이를 ‘우연한 실수’로 볼 수 없는 것은,그같은작태가 근 20년 동안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때문이다.

요즘도 수요일이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서울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벌인다.피해 당사자가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에 없는 역사’라고 강변하는 그들과는 더이상 합리적인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최근 일본에서 정치혼란에다 만성적 경제불황이 겹치자,이 악조건을 비집고 ‘황국사관(皇國史觀)’이라는 망령이마치 나치 히틀러의 모습으로 불거졌다. 문제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교과서는 검정 과정에서전체 328쪽 가운데 137곳이 수정돼 마치 누더기 꼴이라는데 그렇다면 원본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문제는 최종 통과본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완화되기는 했지만 본질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는데 있다. 오죽했으면 4일자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전전(戰前),즉 일제시대의 국정교과서를 보는 듯했다고 썼을까.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답답하기 짝이없다. 한마디로 예전에도 봐온 양태 그대로다.외교부장관이 일본대사를 불러 유감표명이나 하고 주일 한국대사 소환을 검토하는 정도가 고작이다.인터넷 사이트에선 ‘일본열도를 폭격하라’는 등 분노섞인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

정부당국은 이같은 국민감정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건지 묻고 싶다.

이제 정부당국에 몇가지를 감히 권한다.먼저 주한 일본대사 추방을 촉구한다.그가 무슨 낯으로 한국땅에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하는가? 아울러 역사교과서 왜곡을 부추겨 왔고,일본 극우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해온 산케이신문의 서울지국을 폐쇄시켜야 마땅하다.기존 대일정책의 전면 재검토도 촉구한다.지난 82년 ‘왜곡사건’당시 우리 국회에서는일본과의 단교 문제까지 논의한 바 있다.

정부는,우리 국민과 정부 스스로가 주권국가의 주체로서건재해 있음을 일본 국민·정부와 역사 앞에 당당히 내보여야 한다.

정운현 문화팀 차장 jwh59@
2001-04-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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