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적색경보’

수출전선 ‘적색경보’

함혜리 기자 기자
입력 2001-04-02 00:00
수정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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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국내업체들이 내수침체를 수출로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와 본격화되는 통상압력,반도체 가격의 하락,주력 수출품목의 세계적 공급과잉 등 이어지는 악재로 수출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3월에는 급기야 23개월만에 수출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불안한 수출환경=지난해 3·4분기까지 평균 26%를 보이던 수출증가율이 10월 이후 낮아지기 시작,올들어 상승세가현저히 둔화돼 왔다. 산업자원부 윤상직 (尹相直) 수출과장은 “올해 수출이 안 좋을 줄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미국의 경기하강과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인한 주력 수출시장의 수요침체가 수출둔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수출비중은 미국이 21.8%(지난해 기준),일본이 11.9%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과 일본은 우리에게 매우중요한 수출시장이다.

전년대비 대미(對美)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평균 27.6%였으나 올 3월 20일 현재 -2%로 떨어졌다.특히 미국시장에서 IT(정보기술)상품에 대한수요둔화가 수출에 큰 부담이 되고있다.

30% 이상을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컴퓨터 등IT제품의 수출은 가장 타격이 크다.미국 수출의존도가 30.4%인 반도체는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3·4분기 64.9%에서 4·4분기 24.7%로 떨어진 데 이어 올들어서는 지난달 20일까지전년동기 대비 -8.4%를 기록했다.대미 의존도가 34.5%인 컴퓨터는 더 심각하다.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3·4분기 60.2%,4·4분기 12.7%에서 올들어 3월20일까지 -12.5%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상반기 다소 회복조짐을 보이던 일본경제도 올들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대일(對日)수출 역시 급격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평균 29%를 기록한 대일 수출증가율은 올들어 급전직하,지난달 2.9%에서 3월20일 현재 -3.

1%로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로 이들 국가에 대한 동남아 각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유럽 및 아세안 국가,대만에 대한 우리의 수출도 감소세로 반전되고 있다.이른바 무역연관성을통한 전염효과다.올들어 3월20일까지 아세안 국가에 대한우리나라의 수출은전년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전망도 흐려=수출은 자동차 선박 철강 플랜트 석유화학등 중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증가율은 낮지만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유가의 하락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기조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다.올해 흑자목표로 정한 100억달러 달성은 일단 무난할 것같다.

그러나 지역 편중과 IT제품의 편중을 빨리 개선할 수 없는데다 수입규제 강화 등 대외여건마저 악화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특히 선박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직물 반도체 등 주력 품목에 대한 수입규제 및 무역마찰 가능성이 하반기 수출을 위축시킬 요인이다.무역환경 개선논의를 위해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방문마저 부쩍 늘고 있다.

최근의 엔화약세는 원화 동반약세로 이어져 당장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같다.그러나 하반기들어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현상이 깨져 이른바 ‘엔저(低)-원고(高)현상’이 나타날 경우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국제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섬유 철강 전자 자동차 기계조선 등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수출 상위 50개품목 중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품목(금액기준)의 비중은 50.1%에 이른다.

산업연구원 송병준(宋秉俊)박사는 “하반기들어 미국경기회복,주요 업종의 공급과잉 완화 등 수출여건이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상반기의 급격한 둔화로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11개 업종의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7.9%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이들 제품의 수출증가율은 전년대비 25.3%를 기록했었다.

함혜리기자 lotus@.

* 시장 다변화·무역마찰 해소 주력.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게 끼면서 정부와 수출지원 유관기관들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품목별·지역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정부의 해법은 수출시장 다변화와 확대 무역균형으로 요약된다.

미국,일본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고 동남아 EU(유럽연합)마저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출이 늘고 있는 시장 쪽으로 마케팅력을 결집시키자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지난 연말 고유가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동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플랜트 수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산자부는 플랜트 수주를 위해 수출보험기금과 중장기 수출금융을 지속적으로 늘려주고 인수한도를 탄력적으로운용하는 등 수출지원제도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플랜트팀을 두어 해외 플랜트 시장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도록 했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새로운 수출유망품목의 개발에 치중하고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있는중국과 대만에 대한 시장개척 등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산자부는 수출증대 뿐아니라 지역간 무역마찰을 미리 막을수 있는 확대균형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전략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 정부차원의 경제교류와 경제 개발계획 참여를 활성화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함혜리기자
2001-04-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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