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90년대 이후 이념의 장벽이무너진 것을 시발로 급속히 약화된 결속력,북송 후유증,심각한 재정난 등으로 새로운 진로의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조총련의 후임 의장은 허종만(許宗萬·69) 책임부의장과 서만술(徐萬述·74) 제1부의장이 유력하다.오는 5월 전체대회에서 새 의장이 선출되겠지만 누가 되든 한덕수(韓德銖) 전의장만큼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후임 의장이 현재의 위기를 추스리지 못하면 조총련은 한국과 북한,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방향타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부 진통 심화 1990년 5월27일.조총련 사상 처음으로 ‘상상을 초월한 사건’이 터졌다.조총련계 인사 500여명이 도쿄에서 “김일성(金日成)은 조국통일의 암적 존재”라며 ‘감히’ 규탄대회를 연 것이다.동구권의 자유화 물결,북한의실상 및 북송교포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싹튼 ‘반 김일성’움직임이 공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이 사건은 조총련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분수령이됐다.
이런 와중에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고집하는핵심 간부들과 충성심이 사라진 대다수 일반 조총련계 및 2,3세대들간의 골은 급속히 깊어졌다. 대다수 조총련 사람들은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닦아준 산하 기업과 끈끈한 인간관계 때문에 조총련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북한에 보내진 ‘인질’도 그들의 탈퇴를 가로막는다.2,3세들은 공산주의 사상을 버린지 오래다.그들은 일본에뿌리를 내려 일본인처럼 살아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한,한국? 제3의 길? 조총련계 사람들중 상당수는 고향이있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그러나 국가보안법상 제약이 많다.일본인으로 귀화하려 해도 민족성이 강한 그들로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마음은 이미 북한을 떠났는데친북노선의 조총련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로선 최대의 딜레마다.더구나 북-일 수교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들은 이 역시 썩 내켜하지 않는다.북한과의 교류가 자유롭게되면 더욱 복잡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과의 관계도 지난 10여년간의 교류를 통해 적대감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민단이 한 의장 사망 후 23일 조총련에 화해의 손길을뻗쳤지만 그간의 서먹한 관계가 불식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배정호(裵鋌鎬)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44)은 “이념의 갈등 속에서 표류해온 조총련이 한국도 북한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부는 보안법 개정이나 햇볕정책을 통해 조총련계를 인도적 차원에서 포용,인적 교류나마 제한을 두지 않는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철수기자 ycs@
현재 조총련의 후임 의장은 허종만(許宗萬·69) 책임부의장과 서만술(徐萬述·74) 제1부의장이 유력하다.오는 5월 전체대회에서 새 의장이 선출되겠지만 누가 되든 한덕수(韓德銖) 전의장만큼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후임 의장이 현재의 위기를 추스리지 못하면 조총련은 한국과 북한,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방향타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부 진통 심화 1990년 5월27일.조총련 사상 처음으로 ‘상상을 초월한 사건’이 터졌다.조총련계 인사 500여명이 도쿄에서 “김일성(金日成)은 조국통일의 암적 존재”라며 ‘감히’ 규탄대회를 연 것이다.동구권의 자유화 물결,북한의실상 및 북송교포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싹튼 ‘반 김일성’움직임이 공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이 사건은 조총련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분수령이됐다.
이런 와중에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고집하는핵심 간부들과 충성심이 사라진 대다수 일반 조총련계 및 2,3세대들간의 골은 급속히 깊어졌다. 대다수 조총련 사람들은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닦아준 산하 기업과 끈끈한 인간관계 때문에 조총련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북한에 보내진 ‘인질’도 그들의 탈퇴를 가로막는다.2,3세들은 공산주의 사상을 버린지 오래다.그들은 일본에뿌리를 내려 일본인처럼 살아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한,한국? 제3의 길? 조총련계 사람들중 상당수는 고향이있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그러나 국가보안법상 제약이 많다.일본인으로 귀화하려 해도 민족성이 강한 그들로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마음은 이미 북한을 떠났는데친북노선의 조총련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로선 최대의 딜레마다.더구나 북-일 수교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들은 이 역시 썩 내켜하지 않는다.북한과의 교류가 자유롭게되면 더욱 복잡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과의 관계도 지난 10여년간의 교류를 통해 적대감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민단이 한 의장 사망 후 23일 조총련에 화해의 손길을뻗쳤지만 그간의 서먹한 관계가 불식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배정호(裵鋌鎬)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44)은 “이념의 갈등 속에서 표류해온 조총련이 한국도 북한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부는 보안법 개정이나 햇볕정책을 통해 조총련계를 인도적 차원에서 포용,인적 교류나마 제한을 두지 않는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철수기자 ycs@
2001-0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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