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눈으로 본 정신대할머니와 거리의 손녀

10대 눈으로 본 정신대할머니와 거리의 손녀

유영규 기자 기자
입력 2001-02-14 00:00
수정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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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립 주택.조명이 켜지고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6㎜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여느 촬영현장과 다를바 없지만 영화를 찍는 모든 스태프들은 서울 서라벌 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다.촬영장소도 주연배우의 집 안방.

필름영화는 아니지만 6㎜ 디지털카메라에 담긴 이들의 열정은 기성 영화인들의 그것보다 더 뜨겁다.고교생 영화인이라고 해도 이미 단편영화는 수 차례 찍은 경력이 있는 베테랑들.특히 이들의 작품 중에는 부천청소년영상잔치를 비롯,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콜라’(99년 작)도 있다.

지금은 일제시대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와 돈에 팔려 거리의 여성으로 나선 손녀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를 촬영중이다.3월까지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

감독인 김형석군(19·서울예대 진학예정)은 “10대들의 눈으로 과거와 현재의 묵중한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영화 촬영에 있어 10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활용했다.촬영장소 섭외는 물론 진행비용까지 알뜰하게 꾸렸다.사실 10대들이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시나리오,기획도 문제지만 역시 돈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기업에소개도 해보고 후원금 모금도 해봤으나 돈 모으기가 만만치않았다.‘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라벌고의 후원금,부모님들의 투자(?),한 인터넷 업체의 지원금을 합쳐 크랭크인할 수 있었다.모금액은 200여만원.가능하면 극장에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올리고 싶지만 영화관 상영은 꿈같은 일이다.

상영관은 고사하고 시사회 장소도 구하기 힘든 게 우리나라단편영화의 현실이라고 조감독인 김봉재군(18·서라벌고 2년)은 밝힌다.

최근 이들과 같은 ‘충무로 키드’의 활동 여건이 과거에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저렴해진 디지털 장비와 인터넷상영관이라는 단편영화의 공간 부각은 10대 영화 마니아들의창작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돌파구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꿈과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은 10대 충무로 키드를 고민에 빠뜨린다.

서울시립 청소년 정보문화 센터가 운영하는 ‘스스로 넷’(http://www.ssro.net)에서 청소년영상 교육을 담당하는 김의중씨는 “입시라는 부담 때문에 방송이나 영화를 포기하는학생들을 볼 때 안타깝다”면서, “다른 예체능 분야처럼 영화나 방송 역시 대학진학에 있어 실기에 대한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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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aily.com 유영규기자 whoami@
2001-02-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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