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치우기’책임전가 눈살

‘빙판길 치우기’책임전가 눈살

입력 2001-01-15 00:00
수정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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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 동사무소 앞.폭 3m,길이 100m 정도의 언덕길은 온통 10㎝ 이상 두께의 빙판이었다.움푹 패인 발자국이 그대로 얼어붙어 발 디디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요철이 심했다.

언덕 중간쯤에 사는 이용복씨(50·회사원)는 아침부터 쪼그리고 앉아 망치로 골목길 가운데의 얼음을 폭 30∼40㎝씩 부쉈다.이씨는 “미끄러져 넘어지면서도 정작 치우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관악구 신림7동 100번지 ‘난곡’.이곳 역시 120m 남짓한 언덕길이 완전히 얼어붙어 1주일째 연탄과 난방용 등유 배달이 끊겨 있었다.

등유를 파는 황모씨(45·여)는 “길이 미끄러워 배달을 중단하자 주민들이 15ℓ 석유통을 들고 내려 와 등유를 사간다”고 말했다.170여 가구에 달하는 독거노인들은 연탄 배달이 끊기자 이불을 뒤집어 쓴채 냉방에서 떨고 있다.

달동네 주변 병원에는 골절 환자가 평소보다 5∼6배 늘었다.서대문구 세란병원에는 14일 하루에만 30명 이상이 몰렸다.

이처럼 빙판길로 사고와 불편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구청 탓으로만 돌린다.눈이 내린 지난 8∼9일 서울의 각 구청 상황실에는 “골목길 눈을 왜 치우지 않느냐”,“우리가 낸 세금은 어디다쓰고 뭘하느냐”는 등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골목길 제설 작업은 주민 책임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사무규정에 따르면 간선도로는 서울시가,이면의 차도와 인도는 각 구청이 제설·제빙작업을 해야 하며,동네 골목길은 주민 스스로가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집단 거주지 주변의 빙판 제거도 궁극적으로는 거주민 책임이다.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주변은 명백한 사유지”라면서 “관리 사무소의 손이 모자라면 주민이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폭설이 잦은 선진국 주민들은 우리와는 자세가 다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자기 집 앞 도로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범칙금이 부과된다.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집과 집 사이 도로의 눈을 치우지 않았을 때 우편물을 배달해 주지 않는 등 책임을 묻는다.일본도자치구가 차량이나 제설장비만지원할 뿐 제설작업은 동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서울 서초구 주민과 공무원 1,000명은 13일 구청 앞 광장에서 ‘내집앞 눈치우기 실천대회’를 가진 뒤 삽과 망치를 들고 서초동,강남역,양재역 일대의 이면도로와 골목길에 얼어붙은 눈을 깨뜨리느라 하루종일 흠뻑 땀에 젖었다.

행사에 참가한 권모씨(57·주부·서초구 반포동)는 “동네 길을 치우지 않으면서 공무원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또 다른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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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 이송하 안동환기자 jeshim@
2001-0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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