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가부채 경제논리로 풀어야

[사설] 농가부채 경제논리로 풀어야

입력 2000-12-09 00:00
수정 2000-12-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농민들이 지난 이틀간 농가 빚 해결과 농축산물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한때 도로를 점거해 교통체증을 빚는가 하면 농기계와 배추 등 농작물을 시·군청과 농협에 반납하는 등 대(對)정부 투쟁의 양상도 띠고 있다.순박한 농민들이 오죽하면 그런 극렬한 시위를 벌였을까,그 배경에 눈을 돌려볼 때 우리는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대국적으로 수용하고 분담하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바로 농민들은 어떤 면에서는 과거 근시안적인 농업정책 실패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국제가격 경쟁력에서 뒤지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종사자들의 ‘숙명’은 안타까우나 최근 농업과 농민문제를 처리하는 정부와 정치권의움직임은 과거 정책 시행착오를 답습하는 것 같아 우려를 낳는다.농가빚특별법안을 반대하다 슬그머니 수용한 데 이어 농민 시위후 다시 눈치를 보고 있다.우리는 과거처럼 땜질식의 단기 조치로 흐르다가는 결국 농업과 농민을 회생불능 상태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19조원에 달하는 상호금융자금 이율을 현재 11%선에서 내년에는 6.5% 수준으로 낮출 방침인데 농민들은 이보다 낮은 3∼4%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다 농민들은 연체이자와관련된 연대보증의무의 면제를 주장했다.과다한 부채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농민들의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여기에는 짚고 넘어갈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연대보증의무를 소급해 풀어달라는 요구는 현행 금융질서에서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또 한정된 정부예산중 많은 몫을 과거 빚감당에 충당할수록 농업 발전을 위한 ‘미래’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지난 정권때 42조원의 농촌구조개선자금을 투입했는데도 오히려 농민들의 빚은 늘었다.올해 3,000여억원에 이어내년에 5,000억원 이상이 단지 빚 경감에 투입될 예정이다.‘밑빠진독’ 같다면 빚문제보다 농업경쟁력 향상 대책을 먼저 고려해야 할것이다.

농가 빚 증가의 일정 부분은 과거 농기계보급 등 무리한 농업정책탓이긴 하다.그렇다고 작은 소매점이나 중소기업도 빚을 못 갚으면도산하는 마당에 농업경영의 실패를 모두 정부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경쟁력이 없는 농업 경영자의 책임추궁과 퇴출이불가피하며 그래야 어려운 여건에서도 빚을 덜 진 농민과의 형평성도 맞는다.그렇지 않아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의 개방압력은 몰아치는데 계속 정치논리를 앞세우다가는 국내 농업은 더욱 뒤질 것이다.농가 빚문제도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농업과 농민의 살 길이 있다.

2000-12-0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