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선거법은 州法이 우선

[기고] 美 선거법은 州法이 우선

함성득 기자 기자
입력 2000-11-16 00:00
수정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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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플로리다 주 법원이 15일(이하 한국시간)주법(州法)에 의한 개표 마감시한 준수를 결정했다.이에 따라 혼란을거듭했던 선거는 일단 법적으로는 개표가 끝났으며, 부재자 투표 결과를 합산해 18일 최종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아직도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내에서는 미국의 선거 관련법이 모호해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들이 많다.그러나 이는 미국의 정치형태와 법률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소리다.미국의 선거는 연방법이 아닌,전적으로 주법에 근거해 치러지며 선거에 관한 한 주법이 최우선이다.모든 선거관리 업무는 주정부나 지방정부(시·카운티)가 맡는다.선거관리와 선거구,그리고 투표권등에 관한 법률은 주법으로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주(州)를 바탕으로 국가를 이룬 미국에서는 주의 힘이 연방정부 못지않게 막강하다.연방법이 주법에 우선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미국에서는 연방법이 주법을 하위법으로 취급할 수 없으며 철저하게 독립적이다.

미국의 연방헌법은 법조문이몇 개 안되지만 개정은 무척 어렵다.그러나 주법은 매우 복잡하고 많으며,상세한 조항으로 짜여 있는 게 특징이다.연방법에서 다루지 않는,사생활과 관련된 세세한 사항까지 망라하고 있는 ‘생활법’의 성격을 띤다.

주법에는 예를 들어 이런 규정도 있다.‘여성이 옷을 벗고 춤을 추려면 시청 청사로부터 38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그만큼 상세하고 명쾌한 규정을 갖고 있는 것이 미국의 주법이다.

미국 건국 이후 100번 이상 고친 주법이 있을 정도로 개정도 용이하다.시류에 따라,상황의 변화에 따라 실생활에 맞추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첨예한 쟁점 지역인 플로리다의 주법에는 ‘개표 마감시한은 투표마감 후 1주일째 되는 날 오후 5시’로 명시돼 있다.올해는 그 시한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14일 오후 5시였다.이 시간 이후에 개표되는 것은 카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규정의 요지다.

이 규정은 그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했다.심지어 양 후보측 진영과 선거관리위원 등 직접적인 선거 관련자들조차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이조항이 있다는 걸 알았을 정도다.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이 조항이한번도 쓰인 적이 없고,그래서 평상시에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주법조항을 들춰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미국인들은 어떤 일이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반드시 주법전을 찾아보며,관련조항은 어김없이 있었다.

백과사전같은 지닌 주법에도 문제는 있다.어느 정당이 그 주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개정되기 일쑤다.다수당이 되면 선거구를 ‘마음대로’ 획정하는 폐단이 대표적이다.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플로리다주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주내(州內)의 팜비치 카운티 등 일부 시와카운티에서 민주당원들이 많아 그들의 주장에 의해 수(手)개표로 이어졌다.그 결과 두 당 대통령 후보의 득표에 변화가 있어 법정소송까지 이어지게 댔다.

이번 개표 과정에서 민주당 선거 담당자들은 이 규정을 모르고 수(手)개표 작업을 질질끌었다.뒤늦게 사실을 알았지만 주 법원이 이미개표마감 시한을 결정한 마당이다.물론 주법원 판사가 이번 대선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마감시한 이후의개표상황에 대해 선관위원장이 재량권을 발휘하라는 판결을 내려 또 다시 논란의 불씨를남겨 놓았다.재량권을 발휘하라 했지만 법원의 결정은 엄연히 법적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양 후보의 표차가 아주 미미하거나 결과가 뒤집히면 문제는 간단치않을 전망이다.민주주의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이 혼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2000-11-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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