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해도 너무 한다

[사설] 국회, 해도 너무 한다

입력 2000-11-08 00:00
수정 200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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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또다시 여야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한나라당은 검찰총장탄핵소추안 처리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8일 국회 본회의(대통령의 예산안 국정연설)부터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민주당에 통고했고,민주당은 동방금고 사건의 여권실세 개입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자 한나라당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회를 파행쪽으로몰아간다고 비난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말고도 여야가 국회에서 격돌할 뇌관은 많다. 민주당은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의 제명을 공언하고 있고,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검찰 동원 정치개혁’ 운운한 민주당 이원성(李源性)의원의 제명을 주장하고 있다.국정감사 뒤 실시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한빛은행 사건 국정조사도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정쟁거리로 변질한 동방금고 사건 또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확전일로에 있다.이대로 가다가는 정기국회의 파행은 불을 보는 듯하다.

여야 영수가 만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약속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격돌로 치닫고 있는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절망마저 느낄 것이다.한나라당은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여권에 넘어간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고 선거사범으로 기소된 의원들을보호하기 위해 강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책임한 폭로전술만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야당의공세에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여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국회에는 예산안을 비롯해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등 개혁·민생 관련 177개 의안이 산적해 있다.하나같이 화급히처리해야 될 안건들이다.게다가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으로 10만명의실업자가 새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 앞에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찬바람이 일고 있다.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정치권은 언제까지 정쟁을 계속할 것인가.정치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

여야 대결로 한달 넘게 공전했던 정기국회가 민생을 외면한 채 또다시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국민들을 모독하는 행위다.정치권은 국민들이 국회를 ‘퇴출대상 제1호’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경우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요구하는국민적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국민의 분노가 한계점에 이르기 전에 정치권은 냉정을 되찾아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를 정상 운영해서 민생을 챙겨주기 바란다.
2000-11-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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