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드라마 단골메뉴

‘출생의 비밀’ 드라마 단골메뉴

장택동 기자 기자
입력 2000-11-06 00:00
수정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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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는 출생에서 시작된다’ 요즘 많은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 핵심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출생에 얽힌 갈등은 다분히 숙명(宿命)적이다.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전개가 다소 무리하더라도 금방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그렇지만 ‘출생’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요즘 방송사의 태도는 소재의 고갈과 무성의를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출생 문제를 다룬 드라마로는 최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을 동화’(KBS2)가 대표적이다.은서와 신애가 태어날 때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데에서 드라마가 시작된다.나중에 서로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은서-신애의 갈등이 축이다.이후 은서가 친오빠로알았던 준서와 사랑에 빠지면서 준서-유미,준서-태석,은서-태석의 갈등 관계가 파생된다.

‘비밀’(MBC)은 어머니가 다른 이복자매 희정,지은 앞에 희정의 친어머니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비롯된다.희정의 친어머니는 지은을자신의 딸로 착각하면서 갈등이 얽혀나간다.제목 ‘비밀’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4일 선보인 ‘엄마야 누나야’(MBC)는 더욱 희귀한 출생의 비밀을소재로 한다.경빈과 승리는 서로 다른 부모 밑에서 자라지만 사실 이란성 쌍둥이다.승리의 어머니가 아들을 원하는 집에 아이를 낳아주기위해 대리모 노릇을 했다가 남녀 쌍둥이를 낳자 남자 아이는 보내고딸 아이는 자신이 키우게 된 것.경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이 밖에 ‘덕이’(SBS),‘태양은 가득히’(KBS2) 등 드라마도 출생의 문제를 모티브로 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출생의 비밀’이라는 비현실적 소재의 반복은 제작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방송진흥원 주창윤 책임연구원은 “출생에 얽힌 갈등에다 ‘장화홍련전’식 선악의문제를 버무려서 만드는 드라마가 유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면서 “별로 개연성이 없는 이런 문제가 자꾸 부각되는 것은제작진의 상상력 부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공공재산인공중파를 이용해 영업을 하는 방송사는 고객인 시청자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만큼,드라마 제작에 좀더 성의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장택동기자 taecks@
2000-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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