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파이어웍’

새 영화/ ‘파이어웍’

입력 2000-09-06 00:00
수정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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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걸’과 ‘바운드’에서 퇴폐적이고 도발적인 관능을 뿜어내던 지나 거손.냉소섞인 싸늘한 미소가 오히려 매력인 남자 빌리 제인.빌리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 로즈의 비겁한 약혼자로 나왔던 그 얼굴이다.

드러나는 이미지 자체가 그대로 캐릭터로 연결되는 역할을 맡는다는건 배우에게 ‘손 안대고 코푸는 것’만큼이나 녹록한 일.‘파이어웍’(원제 This World,Then the Fireworks)에서 두사람은 물만난 고기같다.그들의 배우적 특장이 ‘110%’ 발휘된 덕분에 그닥 눈에 띌 것없는 나른한 스릴러 한편이 가뿐히 날개를 달았다.

쌍둥이 남매 마티(빌리 제인)와 캐롤(지나 거손)의 인생은 유년시절의 악몽같은 기억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불륜을 저지르다 총에 맞아죽는 아버지를 목격한 그날 이후 세상의 눈총을 경계하며 서로에게집착하던 남매는 결국 잠자리에서까지 위로를 주고받는 근친상간을저지른다.성인이 되어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서도 여전히 비정상적인사랑은 지속되는데,이미 그 즈음에서 ‘이변이 없는 한’ 영화가 비극으로 막내릴 조짐이읽힌다.

범죄심리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짐 톰슨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검증받은 원작에,캐릭터를 똑 떨어지게 소화해낼 배우에,출발부터 영화는누아르의 기본을 최상급으로 갖췄던 셈이다.그런 탄탄한 조건을 디테일이 떠받쳐주지 못하는 게 흠이다.이를테면,불륜끝에 죽은 아버지로인해 남매가 어째서 근친상간으로까지 치달아야 하는지는 납득이 안된다.

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멋스런 복고풍 치장에 잔뜩 열을 올렸다.붉고 푸른 색대비가 강렬한 영상은 속도감 넘치는 카메라워킹과 잘 어울린다.영화 전편에 깔리는 재즈선율도 음미해볼만하고.23일 개봉[황수정기자]

2000-09-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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