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사장·거대한 모래산…태안반도 피서지 3選

하얀 백사장·거대한 모래산…태안반도 피서지 3選

임병선 기자 기자
입력 2000-07-27 00:00
수정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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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져가는 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우리는 서해 일몰에서 그 운치를 읽거니와 백제 사람들의 한숨과 소박한 아름다움이 몽실몽실 살아있는 충남 태안과 서산 땅에서 그 절정을 맛본다.

태안군의 해안선 길이를 합하면 530㎞.들쭉날쭉 길다란 해안선 만큼이나 다채로운 볼거리와 감동을 준비하지만 산과 들,바다가 숨바꼭질하듯 비경을 연출하는 이곳을 지나칠라치면 왠지 모를 서글픔 같은 것이 밀려온다.

바람 찬 삽교호를 건너 한참을 달리자 안면도.이곳의 가장 큰 해수욕장인 ‘꽃지’는 2002년 꽃박람회를 열기 위한 준비와 인파들로 북적대는 바람에 태안읍으로 다시 나와 603번 지방도로를 타고 북쪽을 향했다.

안면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결코 빠지지 않고 동해 어느 바다 못지않게 청정한 수질이 길손을 반긴다.

[학암포 해수욕장] 태안여상앞에서 40분 정도 여유있게 북행길을 밟으면 원북면 방갈리 2구.학처럼 생긴 바위가 양쪽에 버티고 있다 해서 학암포란 이름을 얻었다.

선창을 중심으로 1.6㎞ 백사장과 1㎞쯤 되는 백사장이 나란히 있는 쌍둥이해수욕장이다.조선시대부터 질그릇을 중국 상인들에게 많이 수출하던 곳이어서 분점포라고 불렸다.

군부대가 있던 선창 뒷동산에 오르면 학암포와 만리포,선갑도,울도가 병풍처럼 펼쳐지고 멀리 덕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선창에 서면 50m정도 떨어진 곳의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조영광씨(37)의 어머니는 제주 비바리 출신.칠순을 넘긴 어머니는 요즘도 물질을 나가 하루 8∼9만원은 벌어온다.“어쩌겄시유.안 나가면 몸이 아프고…”선창의 배들은 이날 잡아올린 광어와 우럭,놀래미 회치는 칼질로 바쁘다.

조씨는 “지난해 좀 뜸하더니 요즘은 5㎏이 넘는 광어를 잡아올리는 모습도심심찮게 본다”며 바다를 쳐다본다.평생 보아왔을 그곳을.

봄이면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뒤덮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차량들이 마구 훼손하고 있었고 태안해안 국립공원도 아니어서 무분별한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신두리 모래사막] 학암포 아래,원북읍 삼거리(반계)에서 왼쪽으로 치달으면신두리. 인천시 옹진군의 대청도와 함께 우리나라에 둘밖에 없는 해안 사구(沙丘).

물경 5㎞.마침 해무가 낀 25일 도대체 이 드넓은 백사장의 끝을 가늠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물이 빠지면 폭 300m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밭이 드러나고 비포장 해안도로너머에는 사막같은 풍경이 몸을 감추고 있다. 모래산 위를 어지러이수놓은 발자욱과 차바퀴 자국들.

하지만 몇년전까지 ‘사방 십리가 온통 모래땅’이라던 이곳 풍경은 최근 많이 변하고 있다.들풀의 씨앗들이 어디에선가 날아와 초지로 변하고 있는 것.

여기저기 한가로이 우공들이 거닐고 있다.한 방송사 다큐팀이 이곳의 생태계 변화에 담긴 뜻을 풀기 위해 넉달째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광활하다는 표현이 딱떨어지는 백사장을 지프로 달려보자.

갈매기는 차창밖으로 길동무하고 끝없이 이어진 모래언덕 사이로 가끔씩 타조떼가 푸드덕댄다.두군데 타조 사육장이 있다.백사장을 달릴 때 유의할 점은 하얀 모래위에는 올라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

해수욕장 끝쪽엔 미국식 별장이 초지위에 버티고 서 있는데 초지와 사막,백사장을 한데 안은 오만한 자태가 도드라진다.

남쪽 끝은 굴양식장.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경운기 등을 몰고 나가는마을 주민들과 함께 아리한 굴맛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이 마을 번영회 총무 최평화씨(49)는 “굴이 나는 넉달동안 줄잡아 3억원 정도는 벌어들이쥬”라며 “물이 빠지면 낙지나 게가 지천이고 20㎝가 넘는 맛도 쉽게 캐낼 수 있시유”라고 말한다.

[독살] 태안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20분쯤 남하한 뒤 소목골로 들어서면 원형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원시어구(漁具)인 독살(石防簾)이 눈에 들어온다.몽산포에서 2㎞ 위쪽.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황해도 강령만과 해주만,충청도 천수만에집중 분포된 어구였으나 지금은 이곳김의배씨의 독살만이 본래 기능을 다하고 있다.

150m 길이에 지름 30∼70 돌멩이로 V자 모양으로 쌓았다.밀물을 따라 들어온물고기들이 모일 만큼 구멍을 내고 그 앞에 대발을 쳐놓고 뜰채로 건져내면그만이다. 우럭,놀래미,전어는 물론 고등어,멸치,낙지까지 잡힌다니 그 재미가 솔찮다고 김씨는 말한다.

[가는 길] 완공을 서두르고 있긴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가 완전개통되지 않는 등 가는 길이 불편한 편.포승I.C에서 38,34,32번 국도를 차례로 탄 뒤 태안에서 40번 국도와 649번 지방도를 이용해 태안에 이른다.천안에서 예산,덕산,갈산을 거친 뒤 서산방조제를 지나 태안으로 들어오는 길도 있으나 서울에서 갈 경우 전자가 수월하다.그러나 학암포에서 밤 9시30분에 출발할 경우12시면 서울에 도착할 정도로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선 학암포까지 직행버스가 여름 성수기만 7차례 운행된다.요금 1만2,600원.

[들를 곳] 백제인의 황홀한 미소를 담은 서산과 태안의 마애삼존불을 비교감상하는 것은 필수.개심사와 아픈 역사를 지닌 해미읍성을 들러보는 건 선택.

원산도,삽시도,장고도 등과 연결되는 영목항에서 어리굴젓,까나리액젓 등을구입한다.배편 문의 영목슈퍼 673-7151안면도 휴양림 673-5017학암포에는 조영광씨 민박집(041-674-7103) 등.

학암포(충남 태안) 임병선기자 bsnim@
2000-07-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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