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앞날 ‘시장신뢰’에 달렸다

현대건설 앞날 ‘시장신뢰’에 달렸다

안미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7-26 00:00
수정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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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현대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25일 제2금융권이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기시작하면 현대건설이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이연수(李沿洙) 부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2금융권의 무차별 자금회수 자제를 촉구했다.

◆무차별 자금회수 나선 제2금융권 현대건설은 24일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이날 하루에만 1,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을제외하고 금융기관 어느 한 곳도 만기연장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었다.심지어은행들마저 고개를 저었다.

이날 한국기업평가가 현대그룹 8개 계열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무더기로떨어뜨리면서 현대건설을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결국 현대건설은 자체 자금으로 1,000억원을 상환해야 했다.이날 만기연장을 해준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했다.외환은행은 CP(기업어음) 100억원어치를 롤오버(차환발행)시키고 일반대출금 160억원을 연장해주었다.

◆차입금 대부분이 초단기 기업어음(CP) 외환은행은 25일과 26일에 만기가돌아오는 현대건설의 회사채 및 CP가 100억∼200억원에 불과하고 이달말까지합쳐봤자 1,000억원이 채 안돼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외환은행이 밝힌 현대건설의 연말 만기도래 차입금은 1조1,137억원.

그러나 25일 현재 금융권이 파악한 연말 차입금 규모는 2배로 불어난 2조2,595억원이다.문제는 이 차입금의 대부분이 단기채무,특히 초단기 CP라는데 있다.

◆현대건설,8,800억 추가재원 확충 현대건설은 ‘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24일에도 보유중인 주식을 급하게 시장에 내다팔았다.70%선을 유지하던 당좌대출한도 소진율도 100%까지 치솟았다.현대건설은 당초 약속했던 6,000억원 외에 8,800억원의 자구노력 재원을 추가 조달키로 했다.

◆문제는 시간 현대가 추진중인 자구노력은 ‘현금화’되는데 다소 시간이걸린다.그러나 현대건설의 회사채 및 CP는 시시각각 만기가 돌아온다.외환은행측은 “현대에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2금융권에서는 “현대건설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하락해 만기연장을 해주고 싶어도 못해준다”는입장이다.현대가 경영권 분쟁 종식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회복하지 않는 한 뇌관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금융시장 이성 상실땐 정부 적극 개입 태세.

현대건설의 자금난의 금융시장 경색을 푸는 정부의 해법이 달라졌다.현대건설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 탓에 종래의 관행으로 보면 자금악화설이 공개되자 마자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자금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을 떨었을 법하다.

하지만 정부나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대책회의도 없고 자금지원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시장의 문제이므로 ‘시장의 힘’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참여자인 금융기관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이기적인 행동으로 쪽박차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경고한 것도 시장의 힘으로 ‘현대사태’를 풀라는 강한 메시지다.시장의 힘이 작동하는 한 시장의 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은행·보험사·투신사·기관투자가들이 현대 자금악화설에 자극받아 너도나도 돈을 빼가고 채권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는 사태를 정부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그런 사태가 오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피하는 것도 심리적인 불안감의 도미노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문제해결을 시장의 힘에 맡겼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대건설 문제를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 현대건설 문제는 이헌재장관이 비유했듯 개입시점인 ‘임계점’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바꿔 말하면 적극적인 개입시점을 관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언제든지 적극 개입할 것이고 시점은 ‘시장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고 시장이 이성을 잃었다고 판단할 때로 점쳐진다.개입 방안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두가지다.

도덕적 해이로 비난받고 있는 워크아웃 제도는 9월에 없앤다는 방침이어서현대건설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법정관리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은행들이 후속금융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그러나 최악의 경우 현대해법은 법정관리 밖에 없다는인식을 갖고 있다.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박정현기자 jhpark@.

*급박한 現代 표정.

현대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수그러들었던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위기가급작스레 불거지고,계열사 전체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등 사태가 심상찮다.

자칫 지난 5월의 ‘유동성 위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장이 위력적일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가 또 다시 시장의 심판대에 올라섰다고 보고 있다.

◆현대는 계열분리 표류,신용등급 하향조정,현대차와의 갈등 등 잇단 악재에넋을 잃은 표정이다.얼마전 워크아웃설이 나돌던 현대건설이 또 다시 ‘유동성위기’의 진원지로 알려지자 ‘더 이상 할말이 없다’며 지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현대건설은 올해 영업현황과 전망이 담긴 ‘경영개선계획’안을발빠르게 배포하며 사태를 조기진화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대는 최근의 악재는계열분리 등을 둘러싼 정부측의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 고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에 조여오는 압박의 실체가 계열분리에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지만,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9.1%를 3%대로 낮추는 방안은 현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해외에 체류중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의 조기귀국설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3부자 동반퇴진’이후 경영일선에서 떠나긴 했지만,현대의 대주주로 돼있는 이상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사태를 풀기 위해서는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 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을 다물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2000-07-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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