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회담 과잉보도 자제토록

[사설] 남북회담 과잉보도 자제토록

입력 2000-06-12 00:00
수정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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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참석을 위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방문이 12일에서 13일로 하루 연기됐다.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은 ‘기술적인준비 관계’를 이유로 들었다.외교 관례상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보다 완벽한 회담 개최를 위한 북한측의 ‘순수한 노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이를놓고 왈가왈부하기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지니는 민족사적 의의가 너무나크기 때문이다. 당국자의 말처럼 분단 이후 55년을 기다렸는데 하루를 더 기다린다고 해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의 대처상황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호흡조절’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다짐 속에서도 정상회담의 시기가 임박하자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과열의 조짐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각계각층 인사들의 주문이 숨가쁘게 쏟아지는 데 비례해 회담 성과에대한 기대감은 높아진 반면 회담에 부담이 되는 언행은 피하겠다는 자제의기운은 상대적으로 퇴색했다.회담의 중요성에 비추어 어느 정도 흥분하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지나친 흥분은 낭패를 낳기 쉽고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침착한 마음으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명실상부한 화해와 협력,평화공존의 길을여는 분수령이다. 무엇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이번 만남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고,그렇게 함으로써 남북을 가로막았던 불신의 벽이 하나씩 허물어지기를 기대해야 한다.단 한차례의 회담으로 큰 것을 이루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언론의 차분하고도 신중한 보도 태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언론사간 지나친 경쟁에 따른 과잉보도를 자제하면서 남북간신뢰회복에 도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북한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 남한언론의 보도태도라고 지목할 정도로 우리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알려졌다. 이 점에서 독일 통일 전까지 서독 언론이 보여준 보도태도는 참고할 만하다.당시 서독 언론은 체제 우위 비교 등 동독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기사는 가급적 피하면서 민족 동질성 회복을 높이는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노력했다.우리 언론도 앞으로 우리의 눈높이에만 맞춰 북한의 체제나 사물,행태를 비판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으로 본다.

평양을 방문하는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도록 공정히 보도하겠다고 다짐하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했다고한다.이들의 다짐대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한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적어도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흥미거리의 대상으로 삼아 보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00-06-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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