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병 치료하려 ‘가정 포기’

신장병 치료하려 ‘가정 포기’

입력 2000-05-20 00:00
수정 2000-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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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신장병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위장 이혼에 내몰리는 등 가정파괴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장협회 부산지부는 19일 부산지역의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2,500여명에 이르며 이들 상당수가 이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혼한 이유는 무료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다.

신장병 환자의 한달 치료비는 혈액 투석과 약값 등으로 70만∼100만원 수준이다.1주일에 2∼3차례 4시간씩 치료를 받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직업을갖기 어려우며,이들은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을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요건으로 만 18세 이상의 부양가족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이혼을 선택하고 있다.가족 등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14년째 신장병을 앓고 있는 심모씨(52·여)는 택시를 모는 남편의 월급으로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96년 위장 이혼했다.현재는 남편과 연락이 끊긴 상태다.

97년부터 치료를 받아온서모씨(64·여)는 지난 98년 8월 남편과 위장 이혼한 뒤 가족을 잊을 수 없어 1주일에 1∼2차례 집에 찾아가 청소를 해주다 위장 이혼이란 사실이 발각돼 지난 2월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가족과의 인연을 끊어야 살 길이 마련되는 셈이다.

대한투석전문의사협의회 전건웅(全建雄)회장은 “올해부터 만성 신장병 환자들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부분적으로 혜택을 받기는 하지만 파탄 지경의 환자와 그 가정을 보호하기에는 미흡하다”면서 “결핵처럼 가족과 관계없이무료 치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장애인총연합 이복남(李福男)사무총장은 “여성 환자의 70% 이상이 이혼 선택에 내몰리고 있으며 남자들도 이혼율이 40%를 넘고 있다”면서 “가정 파탄을 조장하는 정책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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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기철기자 chuli@
2000-05-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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